영화 『매트릭스』분석 : 6. 마치며


대학생 시절, 예술 수업에서 매트릭스를 분석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어리숙하고 부족한 게 더 많은 분석이었다. 게다가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를 중심으로 잡지도 않았다. 이후 『시뮬라시옹』의 존재를 알고, 책을 읽은 다음에 다시 한 번 분석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썼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은 분석이지만,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어느 정도 아쉬움은 남겨둬야, 다시 도전할 마음도 생길테니.


『매트릭스』 시리즈는 해석 여지가 많은 작품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점으로 분석했다. 종교적인 분석도 꽤 많고 디테일한데, 찾아보면 또 다른 시점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오직 『시뮬라시옹』만으로 영화에 접근한 해석을 보지 못했기에 직접 다뤄봤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시점이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요소는 『시뮬라시옹』의 이론으로 접근,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5개의 분석문에서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에 대한 이론과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는 방법을 다뤘다. 초점은 두 인물(네오와 스미스)에게 맞춰져 있지만, 사실은 이 영화 전체가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 그 자체를 나타내고 있다.



네오는 스미스와의 전투 이후에 목숨을 잃는다. 스미스가 덮어졌을 때, 이미 그 목숨을 다했다. 복제된 이미지, 시뮬라크르에 의해 살해 당한 원형이다. 설계자는 네오를 데려간다. 네오 그 자체가 매트릭스 오류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설계자는 그를 분석하여 코드를 얻기 위함이다. 설계자는 이 코드를 분석해서 다시금 완벽에 가까운 매트릭스,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세상을 구현할 것이다.



7번째 매트릭스가 재구성된다. 



- 위험한 게임을 했더군.

- 변화는 늘 위험하지.

- 이 평화가 얼마나 계속 될 것 같나.

- 가능한 오래.......

- 저들은 어쩔 거야.

- 누구?

- 갇혀있는 사람들.

- 자유를 줘야지.

-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인간?[각주:1]


영화 마지막에 설계자(아키텍트)와 오라클의 대화를 통해 매트릭스가 내린 결말을 추측할 수 있다. 오라클이 말하는 '갇혀있는 사람들'이란 배양기 속에 있는 인류 전부를 뜻한다. 설계자를 비롯한 이미지들이 갖는 아주 획일된 공통점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는 것이다. 베인의 몸 속으로 들어가 트리니티를 인질로 잡았던 스미스도 네오가 총을 내려놓고 돌아섰다고 해서 트리니티를 죽이지 않는다. (물론, 함선 아래층으로 던져버리기는 하지만) 트리니티가 머리에 총구를 겨눴던 메로빈지언 역시, 거짓으로 약속하고 트리니티와 모피어스 일행을 죽일 수도 있었는데- 혹은 트레인맨을 이용에 이들 모두를 중간 지대에 가둬버린다던가-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런 짓을 일절 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짓과 배신은 인간들의 전유물이다. 첫 번 째 시리즈에서 모피어스 일행을 배신한 사이퍼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설계자는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약속은 지킬 것이다. 배양기에 있는 인간들을 모두 풀어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현실, 자신들이 살던 세계, 매트릭스는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 진실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설계자는 인간의 면모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유를 준다한들 돌아오리라고 계산했다. 때문에 '이 평화가 얼마나 계속 될 것 같나'라는 말을 하고, 오라클 역시 대부분의 인간들은 진짜 보다 진짜 같은 매트릭스의 세계로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있다.



- 이렇게 될 줄 아셨죠?

- 아냐, 몰랐어. 하지만 믿었지. 믿었을 뿐이야.[각주:2]


시리즈 내내 오라클은 선택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선택과 믿음은 의도(이유)와 희망과 직결된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왜 그 선택을 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달성될 목적이 아니라 달성 여부와는 상관 없는 희망일 때, 절대적 다름이 될 수 있다. 오라클은 인간으로 하여금, 절대적 다름에 닿을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주는 존재다. 본인 스스로도 희망을 품은 채 말이다.



매트릭스, 가상 세계는 건실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진짜 같이 구현된다. 자유를 찾았다고 해도 인간들은 다시 이 거짓된 세계로 들어온다. 결국 인간들은 거짓된 세계에서, 무엇인 진실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에게 오라클, 희망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다시 진실을 꿰뚫는 네오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PS. 여기까지 허접한 분석문을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드립니다. 워낙 어려운 내용이라서 쉽게 쓴다고 했는데도, 읽기 어려운 문장으로 쓰고 말았습니다. 혹여 분석을 읽고 이해가 가지 않으시거나, 매트릭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더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 시점으로 해석한 내용을 달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영화 『매트릭스 3』 中 [본문으로]
  2. 위와 같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