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 잡지 『CA』


디자인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면서 산 디자인 잡지.


디자인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당신의 학교에도 있을 지 모르는 학과- 학생들의 졸업 전시회, 학기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사실, 학기마다 건물 대부분에 전시를 하기 때문에 못 보기가 더 어렵다. 자세히 보지 않을 뿐. 타학과 학생들이 내가(문예창작학과) 만든 졸업작품집을 읽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무튼, 학생 때는 잘 안 보다가 조교로 일을 할 때 자세히 보게 되었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픽을 알게 된 건 그 시기였다.


패키지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포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옷가게에서 옷을 담아주는 봉투나 신발이 담겨 나오는 상자 따위의 것을 디자인한다. 타이포그래픽은 폰트,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서 고르게 되는 글씨체를 디자인한다. 이게 생각보다 심오하다. 화가가 그림 안에 어떤 의도를 담아낸다고 하면, 타이포그래픽은 서체에 그런 의도를 담아낸다.


무슨 글씨체에 의도가 있을까, 싶은데 그렇게 한다.



『CA』는 주로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말한 패키지, 타이포는 물론이고 사진, 포스터, 웹 디자인 등등. 무엇보다 학생들의 작품이 많이 실려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익숙한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만약,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면 재미있게 읽고, 경쟁 의식도 불 태울 수 있는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뭣도 모르는 내가 봐도 멋있는 것들이 많았다.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보는데 어려움은 없다. 애초에 어떤 디자인이 좋고 나쁘고는 정해진 게 없으니까, 자신이 좋을대로 보면 된다.



무엇보다 이 잡지 『CA』 자체가 꽤나 멋드러진 디자인이다.


글의 배열이나 사용하는 타이포가 썩 멋있다. 물론, 생긴 것만 멋진 게 아니다. 담고 있는 내용도 훌륭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인터뷰다. 젊은 디자이너부터 노련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인터뷰는 대개 디자이너 자신들의 철학이나 작품 설명, 업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디자인 업계에서 종사할 생각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저런 클라이언트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사실, 내가 『CA』를 산 이유는 이력서 때문이었다. 잡지를 출간하는 CABOOKS에서 에디터를 구인하는데, 한 번 읽어보고 성향을 알아보고 지원해보자는 마음으로 산 거였다. 결과적으로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인문 교양 분야에서 내가 생각하는 칼럼을, 이 잡지에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멋진 에디터가 지원해서, 계속 멋진 잡지 만들기를 바란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픽을 공부하려는 사람, 학생이라면 정기 구독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