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18.01.24 사랑과 사랑에 대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 2018.01.23 문과생들에게 위험한 『모든 것의 기원』
  3. 2018.01.21 성인이 되는 빨간머리 소녀 『에이번리의 앤』
  4. 2018.01.20 사랑스런 빨간 머리 소녀 『빨간머리 앤』
  5. 2018.01.19 그래픽 디자인 잡지 『CA』
  6. 2018.01.18 배고픈 예술가들을 위한 안내서『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
  7. 2018.01.15 영상 편집 독학을 위한 『맛있는 디자인 프리미어 프로 CS6 & CC』
  8. 2018.01.14 디즈니가 2018년 처음으로 선사하는 감동『코코 COCO』
  9. 2018.01.13 다시 일어서기 위한 잡지 『빅 이슈 The Big Issue』
  10. 2018.01.12 감정적인 문장의 소유자 김연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사랑과 사랑에 대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소장욕을 불러일으킬 만큼 훌륭하다.


수가 너무 많고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들이 있어서 굳이 소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학 도서관에서 자주 애용했던 시리즈다. 그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고, 번역이 믿을만 하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이다.


'폴'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의 오래된 연인 '로제'와 젊고 아름다운 청년 '시몽'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흔히 말하는 삼각관계의 이야기다. 로제는 폴과의 관계에서 권태를 느낀다. 해서 폴과 멀어져 다른 여자를 품에 안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은 로제를 원한다. 기다린다. 그러던 중 시몽이 폴에게 반하여 그녀에게 구애한다. 폴은 처음에는 그저 어린 청년을 놀리는 정도로 반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몽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반면, 로제는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폴이 자신에게 있어서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 여자였는지 깨닫는다. 으레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로제 역시 여자를 소홀히 하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가 궁금한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도 그렇다.


짝사랑이나 삼각관계 같이 여럿이 얽힌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누구와 연결되는지, 연결되지 않는지가 관건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결국 폴이 로제와 연결되느냐, 시몽과 연결되느냐를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변해가는지 관찰할 수 있다.


사랑은 고결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고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 우리는 감동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많은 작품들의 단골 소재로 사랑이 등장하는 건, 이 변화무쌍한 감정이 무수히 많은 갈등을 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갈등을 해결하고 이뤄낸 사랑이 얼마나 빛나는가. 우리는 이미 수많은 작품 속에서 그 빛을 확인했다. 이따금 그 빛에 홀려 새로운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을 빛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한 이들이라면 알 수 있으리라.


결말이 궁금하거나, 사랑에 대한 남녀의 감정을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 선물해준 G에게 감사한다. 이 책은 나를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주었다.





문과생들에게 위험한 『모든 것의 기원』


인간은 누구나 뿌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최초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어쩌면 이런 물음이 우리의 본질을 구성하는 건 아닐까. 때문에 특정의 기원이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눈이 가고 귀가 열리기 마련이다. 누가봐도 이과생들이 좋아하게 생긴 이 책을 펼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 책의 수준이 너무 높은 동시에,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우선 책의 내용은 좋다.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지, 저자 데이비드 버코비치는 예일대에서 지구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다.


이 책은 예일대학교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모든 것의 기원 Origins of Everything'이라는 썰렁한 간판을 걸고 한 학기 동안 진행되었던 세미나를 엮은 것이다. 세미나의 목적은 검증 가능한 '커다란' 가설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 후 세미나의 내용을 출판하기로 결정했을 때, 편집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과학서'를 요구했으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겁먹을 필요 없다. 뭔가 있어 보이는 듯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면서 독자들을 낚는 치사한 짓은 최대한 자제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할 것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과학서'가 아니며, 뭐가 있어 보이는 듯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면서 독자들을 낚는 치사한 짓은 하지 않고, 구체적인 설명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로 문과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과생 전용 책이 되어버렸다.



한 장을 넘기기도 전에 난생 처음 들어보는, 혹은 SF영화나 소설에서나 들어봤던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앞서 예고한 대로 그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마치 '이 정도는 다 알잖아?'라는 듯. 덕분에 책을 읽는 속도가 두 배는 더 느려지는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갖춰야 할 기본 소양 중 하나는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는 건데, 이건 페이지 하나를 넘기기도 어려울 정도니 말 다 했다.


게다가 저자의 유머감각이 우주 탄생만큼이나 오래된 구식이다.


우주의 역사는 거꾸로 써나가는 것이 제일 좋다. "사역 의주우……"처럼 글자를 거꾸로 쓰자는 말이 아니라, 태초부터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을 시간의 역순으로 거슬러가보자는 뜻이다.


이 문장을 본 필자의 지인은 '거지 같은 말을 써놓은 책'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바로 책을 덮었다. 과학적 수준은 높은데, 문학적 수준이 낮다. 읽는 중간중간 이렇게 참을 수 없는 농담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책을 덮고 싶은 충동이 인다. 여러모로 인내심이 요구되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이전 포스팅에서도 끊임없이 말했지만 책은 인간이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책은 새로운 회로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뜻은, 사고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일지라도 분명 도움이 된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독자들은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지 말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대충 훑어본 경치'쯤으로 생각해주기 바란다.


사실, 이렇게 무거운 책은 최대한 가볍게 읽는 게 좋다. 휙휙휙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한 번 넘기는 식으로 반복해서 읽는 편이 좋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과학도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특징은 직립 보행과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켜줄 도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스스로를 퇴화시키는 짓이다. 겁먹지 말고, 가볍게 들면 좋을 책이다. 










...... 그래도 문과생들은 좀 피해가도 괜찮을 거 같다. 너무 어려워서 ㅠ


생각해보면 예일대 인문계열도 못가는 수준인데......ㅠ ㅜ






성인이 되는 빨간머리 소녀 『에이번리의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평생 앤의 이야기를 썼다.


그러니까 앤의 이야기는 소녀의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작가가 일생 동안 소녀 시절의 이야기만 썼겠는가. 몽고메리는 앤이라는 캐릭터의 일생을 그대로 그려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총 9편의 시리즈를 썼다. 될 수 있으면 인디고에서 전부 출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번리의 앤』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앤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청소년기처럼 앤 역시 다양한 갈등을 겪게 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대학 진학에 대한 갈등이 전반적으로 나온다. 앤은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과 초록지붕 집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속에서 갈등한다. 그러는 중에도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상냥한 선생님의 면모도 보여준다. 전작에 비해서 성장한 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대견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앤은 앤이었다.


"우리가 이쪽으로 와서 정말 다행이야. 너희도 알다시피 오늘은 내가 입양된 날이야. 이 정원과 정원에 얽힌 이야기가 내 생일 선물이 되었어. 다이애나, 헤스터 그레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엄마가 말해 주셨니?"

앤이 빛나는 눈으로 묻자 다이애나가 대답했다.

"아니, 예쁘다고만 하셨어."

"그 편이 더 좋아. 헤스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으니까. 내 생각에 헤스터는 아주 작고 갸날픈 몸매에 부드럽고 까만 곱슬머리에 순하고 상냥하고 커다란 갈색 눈에 애절하고 창백한 얼굴을 가졌을 거야."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전작의 앤을 회상하고 추억하며 기뻐할 수 있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기쁜 일이다. 게다가 그 사람이 사랑스러운 빨간 머리 소녀라면 더할나위 없겠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고, 언제나 동심을 떠올리게 해주는 고마운 작품이다. 오랫동안 순수한 상상의 세계를 잊고 있었다면, 인디고에서 출간한 앤 시리즈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야기가 당신을 순수한 세계로 이끌어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사랑스런 빨간 머리 소녀 『빨간머리 앤』


어린 시절 만화로 먼저 읽었던 작품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이야기는 원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렵고 너무 긴 이야기가 많다. 『빨간머리 앤』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에는 아주 짧은 이야기로만 기억되고 있다. 아주 몇 개의 에피소드만 실려있었다. 본디 이렇게 길고 긴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이 책을 비롯해서 어린 시절 우리가 읽었던 책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동화를 원본으로 읽는 일은 새롭고 익숙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이 출판사의 책을 산 이유는 동화를 다시 읽고 싶다는 것보다는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출판사 인디고 INDIGO는 다양한 시리즈의 책, 주로 어렸을 때 읽으면 좋을, 읽었을 법한 책을 펴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개성있는 일러스트를 삽입한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나 『오즈의 마법사』, 『키다리 아저씨』 등등. 모두 일러스트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예쁜 삽화로 가득하다. 인디고는 이 점을 이용해서 다이어리나 노트, 텀블러 같은 굿즈를 생산하여 판매한다. 인사동 쌈짓길에 가면 판매점이 있으니, 인디고 출판사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방문해도 좋다.


나는 거기서 십 여 만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했.......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앤을 읽다보면 스스로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느끼게 된다.


어렸을 때는 앤의 행동을 보면서 뭔가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으레 그렇게 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면 이 빨간 머리 소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아, 희망 하나가 또 사라졌네요. 제 인생은 그야말로 희망이 묻힌 묘지예요. 이건 언젠가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요. 무언가 실망할 때마다 되풀이해서 말하며 위안을 얻곤 해요."

"그게 어떻게 위로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뭐랄까, 마치 제가 책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근사하고 낭만적으로 들리거든요. 전 낭만적인 것을 아주 좋아해요. 희망이 묻힌 묘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인 말이잖아요, 안 그래요? 제가 그렇다는 게 오히려 기쁠 정도예요. 오늘도 반짝이는 호수를 지나가나요?"

"베리 연못 쪽으론 가지 않는다. 반짝이는 호수라는 게 그 연못을 두고 하는 소리라면 말이다. 우린 바닷가 길로 갈 거야."


"어머, 모르세요, 아주머니?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다고요. 제가 그 한계까지 간다면 더 이상 실수 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놓여요."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나는 앤에게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앤의 시리즈가 더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선물 상자를 다시 열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 나처럼 인디고의 일러스트에 반한 이들에게도- 내가 유일하게 출판사를 기준으로 수집하고 있는 책들이다. 언젠가 내가 가지고 있는 인디고 책 모두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래픽 디자인 잡지 『CA』


디자인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면서 산 디자인 잡지.


디자인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당신의 학교에도 있을 지 모르는 학과- 학생들의 졸업 전시회, 학기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사실, 학기마다 건물 대부분에 전시를 하기 때문에 못 보기가 더 어렵다. 자세히 보지 않을 뿐. 타학과 학생들이 내가(문예창작학과) 만든 졸업작품집을 읽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무튼, 학생 때는 잘 안 보다가 조교로 일을 할 때 자세히 보게 되었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픽을 알게 된 건 그 시기였다.


패키지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포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옷가게에서 옷을 담아주는 봉투나 신발이 담겨 나오는 상자 따위의 것을 디자인한다. 타이포그래픽은 폰트,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서 고르게 되는 글씨체를 디자인한다. 이게 생각보다 심오하다. 화가가 그림 안에 어떤 의도를 담아낸다고 하면, 타이포그래픽은 서체에 그런 의도를 담아낸다.


무슨 글씨체에 의도가 있을까, 싶은데 그렇게 한다.



『CA』는 주로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말한 패키지, 타이포는 물론이고 사진, 포스터, 웹 디자인 등등. 무엇보다 학생들의 작품이 많이 실려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익숙한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만약,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면 재미있게 읽고, 경쟁 의식도 불 태울 수 있는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뭣도 모르는 내가 봐도 멋있는 것들이 많았다.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보는데 어려움은 없다. 애초에 어떤 디자인이 좋고 나쁘고는 정해진 게 없으니까, 자신이 좋을대로 보면 된다.



무엇보다 이 잡지 『CA』 자체가 꽤나 멋드러진 디자인이다.


글의 배열이나 사용하는 타이포가 썩 멋있다. 물론, 생긴 것만 멋진 게 아니다. 담고 있는 내용도 훌륭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인터뷰다. 젊은 디자이너부터 노련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인터뷰는 대개 디자이너 자신들의 철학이나 작품 설명, 업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디자인 업계에서 종사할 생각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저런 클라이언트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사실, 내가 『CA』를 산 이유는 이력서 때문이었다. 잡지를 출간하는 CABOOKS에서 에디터를 구인하는데, 한 번 읽어보고 성향을 알아보고 지원해보자는 마음으로 산 거였다. 결과적으로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인문 교양 분야에서 내가 생각하는 칼럼을, 이 잡지에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멋진 에디터가 지원해서, 계속 멋진 잡지 만들기를 바란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픽을 공부하려는 사람, 학생이라면 정기 구독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배고픈 예술가들을 위한 안내서『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말이었다.


처음 문예창작과를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걔들이 돈을 잘 벌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우리 머리에 기억되는 작가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한국인을 골라보자.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예술을 하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문예창작과를 고집했고, 들어가서, 공부하고,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졸업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특기도 없는 나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내게 특별한 기술이나 특기가 없다는 게 아니라, 사회의 기준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글을 쓴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인다.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는 소리가 한글만 알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조금 더 툴툴 거리자면, 디자인 계열은 눈에 딱 보이는 포토폴리오라도 가지고 졸업을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


내게 남은 건 졸업작품집 한 권인데, 이건 어디 포토폴리오로 써먹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누가 읽어주지도 않는다. 사용처가 있으면 라면 받침대 정도인데, 나 때는 졸업생이 많아 책이 두꺼워지는 바람에 이마저도 쓸모가 없는 수준이었다. 


내 고집은 계속 됐다.


원하는 글을 쓰면서 먹고 살겠다고 계속 고집했고, 몇 번인가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 졸업을 할 때가 되어서야 현실을 받아드렸다. 글을 쓰면서 먹고 살기에 나는 너무 보잘 것 없는 글쟁이었다. 그 정도 수준으로 글을 쓸 연마하지 못한, 일개 습작생에 불과했다. 나는 훈련을 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조교를 하고, 스타트업이랍시고 1년 동안 목공예를 배워서 프리마켓을 전전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학원 선생을 잠깐하고, 지금은 모두 무급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소규모 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백수다.


나도, 글도 방황 중이다. 순수 문학을 쓰다, 장르 소설을 쓰다, 에세이나 자기계발도 쓰고, 이제는 게임 시나리오도 쓴다. 모두 내가 원해서 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글 자체보다 돈을 목적으로 접근했던 게 많았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스스로도 계속해서 되뇌였다.


예술가는 어차피 굶주린 일이다, 라고.



사실,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누구나 자기보다 잘 나가는 이를 보고 꿈을 키운다. 높이 있는 사람을 보고 목표로 삼는다. 롤모델을 정한다. 나에게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그랬다.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 고 생각하는 마음- 혹은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 는 자만이 나에게 글을 쓰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그들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앤. K. 롤링(해리포터의 작가)이 얼마나 불행한 삶은 살았는지 이야기한다.


그녀는 가난한 이혼녀에 불과했다. 생활 보조금을 받으며 생활할 정도로 가난했고,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돈이 없어 물을 타 먹이는 삶을 살았다. 불행한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녀는 간직하고 있던 상상을 시작으로 글을 써서 시대의 한 획을 긋는 소설가가 되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을 알고 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고, 표지 리메이크가 되어 재판될 정도로 『해리포터』 시리즈는 대작이 되었다. 그녀는 호화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고, 앞으로 그 삶이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가 가난했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는 경직되고 오래된 사고 때문이다.


우리는 고군분투하며 예술 때문에 괴로워하는 예술가를 보는 데 익숙하다. 이는 가장 익숙하다는 이유 하나로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러한 서사를 듣고 또 들어왔다. 익숙하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이고 싶을 수도 있다.


저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 과거 이미 부유하게 살아온 예술가들을 짚어준다. 실제로 나는 이 책에서 내가 고민하던 대부분의 사항을 볼 수 있었다. 고민이 있으면 해결책도 있는 법. 간만에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책이다.



나는 단 한 번도 부족한 삶을 살지 않았다.


때문에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그런 내 삶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차라리 내가 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었더라면 보다 깊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병신 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글을 쓰겠다는 꿈은 커녕 생각도 갖지 못했을 거다. 우리는 흔히 주위 환경이 바뀌면 스스로 크게 바뀔 거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책에서 말한 것처럼, 예술이 있는 곳에 가는 것으로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


당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 결정했기 때문에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언제가 중요한 건 자신이다.



습작을 보여주는 걸 망설이지 마라.


이건 학교를 다니는 동안 느낀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들 소심한지 모르겠다. 물론, 식당에서 종업원을 크게 부르지 못하는 나 자신을 포함한 말이다. 많은 후배들이 자기 작품을 보여주기를 꺼려했다. 학교에서 일할 때, 디자인 학과 학생들에게 작품이나 그림을 보여달라고 하면 하나 같이 손사래를 쳤다. 


아무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예술은 죄가 아니므로,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어렵다는 건 알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내 생활을 반성하고, 스스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하다.


만약, 예술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면 한 번 쯤 읽으면 좋은 책이다. 아니, 그냥 다 읽었으면 좋겠다. 예술가가 배고프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예술에 가치가 보다 올바르게 치러지기를 바란다. 




영상 편집 독학을 위한 『맛있는 디자인 프리미어 프로 CS6 & CC』


유튜브 안 보는 사람이 있나?


옛날부터 컴퓨터 만지는 걸 좋아했다. 유치원 때부터 도스를 만져서 게임을 하고, 초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한참 이것저것 가지고 놀았다. 그 중에는 그림판과 다를 게 없는 초창기 포토샵도 있었다. 이후 '졸라맨'이 유행을 하고 '오인용' 형님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미성년자 주제에 어도비의 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을 혼자 독학했다. 지금이야 독학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모뎀을 사용해서, 인터넷을 연결하면 집 전화가 안 되는 시절이었다.


당연히 나는 공 움직이는 수준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정도에서 플래시와 이별을 했다. 몇 번이나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같은 어도비의 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워보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냥 쓰는 기능만 쓸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보정이라거나.......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서점에 가면 어도비 프로그램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정보가 넘쳐난다. 개인적으로 영상을 만지는데 흥미가 있어서 에프터 이펙트나 프리미어 프로를 만진 적이 있다. 물론,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모두 의지의 문제다. 정보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자기 의욕만 충만하면, 배우고자 하면 뭐든 배울 수 있다.


그 의지와 의욕에 불을 지피기 위해 이 책을 샀다.



꽤 여러 책 중에서 나름대로 고르고 고른 책이다.


솔직히 이런 이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따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뒤지면 원하는 정보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론서를 신중하게 고르고 구매하는 이유는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다.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강좌, 듀토리얼은 필요한 부분만 올라와 있다. 그걸 따라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시간은 오래 걸린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 기본 툴에 대해서 오래도록 신중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에게는 익숙한 것이기에.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다루는 사람들 대부분 오래된 감각으로 작업을 한다.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결국, 기본적인 내용은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항상 관련 이론서를 찾는다. 재작년 목공예를 배울 때도 그랬고, 운동을 할 때도 그랬다. 우리가 공부를 할 때 교과서나 문제집을 읽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쉬운 게 어디있나. 정보화 시대를 거친 후로는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게 됐다. 그래서 겁을 먹고 움츠러들어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지 마라. 배우는 걸 멈춘다면 당신의 세상은 멈춰있겠지만, 배우기 시작하면 당신의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다.




근래에 다시 어도비 프로그램을 만지기 시작한 건, 지인이 방송 스트리머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꿈을 이루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디즈니가 2018년 처음으로 선사하는 감동『코코 COCO』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은 믿고 본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내공으로 언제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줬기 때문이다. 신작 『코코 COCO』 역시 예고편 트레일러 한 번 보지 않고 극장에 달려가서 관람했다. 아직 안 봤다면 당장 가서 봐라. 아름다운 색체와 완급조절이 제대로 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흥겨운 멕시코 노래는 덤이다.


『모아나』에 이어서 디즈니가 다른 문화권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토피아』에서부터 디즈니는 다른 문화권, 서로 다르다는 차이에 대한 메세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정세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던가, 테러와 전쟁이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던가. 그런 시국에서 디즈니는 반대로 모두의 융합을 그리고 있다. '꿈'을 그리는 게 만화의 일이라면, 그리고 디즈니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아주 바람직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저 비지니스겠지만


이 글은 『코코』를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글이 아니다.


작품의 배경이 멕시코이고, 멕시코가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몇 가지 알려주기 위한 글이다. 최대한 『코코』의 내용 언급은 피하고, 작품에 녹아있는 멕시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1. 죽은 자들의 날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은 멕시코의 명절이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 총 3일로 첫째날에 제단을 마련하고, 둘째날에는 죽은 아이들을, 마지막 날에는 죽은 어른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 설탕, 초콜릿 등으로 해골 조형물과 뼈 모양 사탕 따위를 만들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어 제단에 올린다. 죽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장난감을, 어른들을 위해서는 데킬라와 담배를 가져간다. 일부 지역에 따라서 해골 복장을 하는 곳도 있다.


죽은 자들의 날은 멕시코 토착 공동체의 일상에 부여하는 사회적 기능과 영적·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영적은 그렇다치고, 어떻게 미적 가치를 인정받았느냐?


죽은 자들의 날에는 제단을 꾸미는데, 이 제단을 '오프렌다스 Ofrendas'라고 부른다. 제단에는 사진이 올라가고, 해골과 뼈 모양 장식품, 그리고 노란꽃으로 꾸며진다. 제단을 올리는 형태부터 고대 아스텍의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며, 그 모습이 매우 예쁘다. 우리나라 제사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일부 지역에서는 제단을 꾸미는 행사가 따로 열릴 정도라고 하니, 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2. 노란꽃의 정체


작품에서 계속 등장하는 저 노란꽃은 금잔화, 마리골드(Marigold)다. 죽은 자들의 날에 제단을 꾸미거나 죽은 자를 집으로 인도하는 꽃길을 만들 때 사용된다. 꽃말은 '이별의 슬픔'이라는데, 영화의 내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영화를 보고 오시길.




3. 알레브리헤


알레브리헤(Alebrije)는 화려한 색으로 환상적인 생물을 표현하는 멕시코의 민속 조각 예술이다.


보기만 해도 눈이 현혹되는 듯한 색감이다. 그 기원은 '피냐타'라는 인물과 카니발 가면을 만들던 '리나레스'에 의해 창시되었다고 한다. 리나레스가 병을 앓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게 되었는데 나무와 바위, 구름이 있는 숲 속에서 갑자기 처음 보는 동물들이 나타났다. 나비의 날개를 가진 당나귀, 소의 뿔을 가진 닭, 독수리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생물들이 '알레브리헤'라고 소리지르며 다니는 꿈이었다. 그가 꿈에서 깨어나 그 동물을 조각하고 다채로운 색을 입혔고, 그게 오늘날 전해지는 알레브리헤의 기원이다.


기괴한 이미지는 악마의 기운을 몰아내고 가정을 보호해 준다는 미신은 어디에나 있나 보다. 우리나라의 장승이나 해태가 멕시코의 알레브리헤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2007년 이후부터 멕시코 대중 예술 박물관 후원 하에 '알레브리헤 퍼레이드'가 매년 개최될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료나 형태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보다 기괴하고 창의적인 알레브리헤가 등장하는 듯 하다. 멕시코의 수공예와 민속 예술을 계승한다는 목적으로, 현재는 카니발 같은 큰 축제로 성장했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죽은 영혼을 안내하는 인도자로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 것보다는 악운을 막아주는 정도로 인식되는 듯 하다.



4. 멕시코에서의 죽음


뉴욕, 파리, 런던 사람들에게 죽음은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금기어다.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죽음에 늘 관심을 갖고 자주 말하며, 죽음과 함께 잠들고 죽음을 축하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고 영원한 사랑이다.


-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 『고독의 미로』 中



각 문화권마다 죽음을 받아드리는 자세가 다르다.


최근에 개봉한 『신과 함께』에서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사후세계와 『코코』에서 그려진 멕시코의 사후세계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나라의 사후세계는 죄를 심판하는 근엄한 분위기라면, 멕시코의 사후세계는 거대한 축제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다. 실제 멕시코 문화에서 죽음은 두렵거나 무서운 분위기 보다는, 또 하나의 세계로 인식되는 듯 하다. 때문에 해골 장식이나 분장이 일반적으로 많이 이뤄진다. 멕시코 해골 장식을 본 적이 있나? 그들은 해골에 꽃이나 하트를 그려넣는다. 


작품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아마 디즈니 작품 중에서 죽음이 가장 가볍게 다뤄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전해지는 감동은 가볍지 않다. 2018년의 가슴 떨리는 선율의 감동을 받고 싶다면 지금 극장에서 『코코』를 예매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한 잡지 『빅 이슈 The Big Issue』

1991년 영국에서 독특한 잡지가 창간된다.


이 잡지에 실리는 모델들은 모델료나 원고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순수한 재능기부다. 이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자들은 모두 홈리스(노숙자)다. 잡지의 취지는 홈리스들에게 자활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최초 교육시 10부를 무료로 제공한다. 1부 당 5,000원으로, 10부 모두 판매하면 5만원이 된다. 이를 기초자금으로 다시 빅이슈를 구매하고 판매한다. 2주간 임시 판매원으로 성실하게 임하면 정식 판매자, 일명 '빅판'이 된다. '빅판'은 주거복지재단과 각 지역 쉼터 복지시설에서 후원하는 임대주택, 거주지 등을 지원 받게된다. 현재 10개국에서 14종의 언어로 발행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격주로 발간, 호당 1만부를 판매하고 있는 이 취지 아름다운 잡지가 바로 『빅이슈』다.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노래를 부르며 행인들의 이목을 끌어내던 용기있는 '빅판'에게서 구매한 2018년도 1월호다.


서울과 대전, 부산 정도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타 지역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접하는 게 쉽지 않다. 이따금 보일 때면 반가운 마음으로 한 부 씩 산다. 빅판들을 보면 하나 같이 활기를 띈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힘이 되기 때문에 잡지를 사는 게 아니라,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힘을 주기 때문에 잡지를 산다. 감사하다.


취지만 좋은 책이 아니다.


내용이 담백하다. 칼럼이나 사진이 다른 유명 잡지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 게다가 광고가 많이 없어서 난잡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칼럼을 기고하는 에디터들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당장 잡지를 여는 편집장의 글부터 날카롭다.


마땅히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럼에도 입 밖에 내놓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 이는 강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가 무수히 반복되는 동안, 소외받고 핍박받던 약자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빅이슈》는 이를 외면하지 않겠다. 2018년에도 지면을 할애해 여전히 부조리한 세상과 불평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비정상적인 일을 상식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세상을 뜯어고치려는 거창한 포부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어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새롭게 만나는 2018년 무술년에 당당하고 떳떳하고 싶어서다.


-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박현민의 「2018, 어쩌면 한낱 숫자」 中



인터뷰도 깔끔하게 진행한다.


질문에서부터 인터뷰이에 대해 얼마나 알아왔는지 알 수 있다.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이에 대해 알아두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쓸데없는 질문을 줄이고, 보다 핵심적이고 진중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알아온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과, 전혀 알아보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더 기분이 좋겠는가. 가장 기본적이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 잡지는 기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다. 


류준열과의 인터뷰 제목을 「HAPPY NEW 준열」이라고 지었다. 센스가 탁월하지 않나?



- 아버지와 해외 축구 여행을 떠나는 꿈을 이뤘다. 또 다른 바람은 없나?


- 축구도 좋아하고, 위닝도 좋아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인 것 같은데.


- 최근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ISC(환경 감시선 활동을 위한 기본 교육)'를 이수하고 왔다. 이 역시 그러한 맥락인가? 좋아서 하는 일.


- 1월 초에는 컴패션(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과 관련해 케냐로 떠난다 들었다.



인터뷰어의 질문 몇 가지를 가져왔다.


모두 인터뷰이의 대답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다. 아버지랑 해외 축구 여행을 다녀왔다던가, 위닝을 좋아한다던가, ISC를 이수했다던가, 컴패션 관련해서 케냐로 떠난다던가 하는 내용들은 인터뷰어가 사전에 조사를 통해서 알았을 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독자로 하여금 위화감 없이 정보 전달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수준 높은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직접 인터뷰를 해보면 알겠지만, 당연해 보이는 이런 게 사실 제일 어렵고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잡지의 성향상 소외되어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프로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아마추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잡지는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다. 길에서 활기찬 얼굴로 이 잡지를 판매하고 있는 빅판을 보면, 나처럼 그들에게서 삶을 살아가는 생기를 조금이라도 나눠 받았다면, 주저 말고 5,000원 한 장 꺼내서 써라.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책이며, 당신의 행동은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동이다.



감정적인 문장의 소유자 김연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전에는 박민규처럼 톡톡 튀고 독자를 현혹시키는 글에 끌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글에도 끌리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작가가 김연수다.


김연수는 93년에 시로 등단을 했지만, 이후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인 작가다. - 이렇게 말해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슬픈 일이다. 나에게도 하는 소리지만 얼마나 책을 안 읽는다는 말인가 - SNS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을 거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이 글귀를 쓴 사람이 바로 김연수 작가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 등장하는 글귀다. 김연수는 장, 단편 가리지 않고 많은 글을 쓴 작가다. 덕분에 김연수의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딱히 읽을 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연수 작가의 작품을 하나 씩 펼쳐보는 걸 추천한다. 나는 군대에 있을 때 읽기 시작했다.



소설집으로는 가장 최근(2013)에 출간된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 오늘 소개할 책이다.


수록작으로 「벚꽃 새해」 「깊은 밤, 기린의 말」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일기예보의 기법」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동욱」 「우는 시늉을 하네」 「파주로」 「인구가 나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가 있다. 총 11 작품이다. 김연수 작품의 장점이라면 쉽게 읽힌다는 걸까. 나는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읽을 때 단 한 호흡도 쉰 적이 없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유일했던 것 같다. 여류 작가들은 나를 숨막히게 하고, 박민규와 같은 톡톡 튀는 글은 이따금 잠시 책을 내려놓게 만드는 충격을 선사하기도 하니까, 그럴 수가 없다. 김연수는 옆집 아저씨가 자기 얘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쓴다.


그 옆집 아저씨가 굉장한 로맨티스트에 감정 넘치는 게 특이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을 재미있게 읽었다. 꼴에 글쟁이라고 뭔가를 쓰는 이야기에는 언제나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소설가라니 아주 흥미롭습니다"라고 말하더니 그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잠깐 내 얘기를 들을 시간이 있겠습니까?"라고 지갑을 손에 든 채 그가 내게 물었다. 그때 나는 글을 쓰는 건 고사하고 책을 읽을 마음도 들지 않아서 소설가로서는 폐업상태였고, 따라서 김일성대학교에 입학해서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노인이 소설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담에 전혀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中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문단으로, 문단은 문장으로, 문장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습작을 하거나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갔고, 힘을 뺐는지 보일 때가 있다. 의도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느끼고 좌절할 경우가 있다. 가장 좋은 글은 힘이 들어갔는지, 빠졌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 글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슴으로 와서 울려 퍼지는 글. 김연수는 굉장히 아무렇지도 않게 글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읽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의식하지 않고 감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김연수 작가의 작품을 읽는 걸 추천한다.


어떤 작품이라도 쉬이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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