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2018년 처음으로 선사하는 감동『코코 COCO』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은 믿고 본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내공으로 언제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줬기 때문이다. 신작 『코코 COCO』 역시 예고편 트레일러 한 번 보지 않고 극장에 달려가서 관람했다. 아직 안 봤다면 당장 가서 봐라. 아름다운 색체와 완급조절이 제대로 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흥겨운 멕시코 노래는 덤이다.


『모아나』에 이어서 디즈니가 다른 문화권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토피아』에서부터 디즈니는 다른 문화권, 서로 다르다는 차이에 대한 메세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정세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던가, 테러와 전쟁이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던가. 그런 시국에서 디즈니는 반대로 모두의 융합을 그리고 있다. '꿈'을 그리는 게 만화의 일이라면, 그리고 디즈니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아주 바람직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저 비지니스겠지만


이 글은 『코코』를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글이 아니다.


작품의 배경이 멕시코이고, 멕시코가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몇 가지 알려주기 위한 글이다. 최대한 『코코』의 내용 언급은 피하고, 작품에 녹아있는 멕시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1. 죽은 자들의 날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은 멕시코의 명절이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 총 3일로 첫째날에 제단을 마련하고, 둘째날에는 죽은 아이들을, 마지막 날에는 죽은 어른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 설탕, 초콜릿 등으로 해골 조형물과 뼈 모양 사탕 따위를 만들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어 제단에 올린다. 죽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장난감을, 어른들을 위해서는 데킬라와 담배를 가져간다. 일부 지역에 따라서 해골 복장을 하는 곳도 있다.


죽은 자들의 날은 멕시코 토착 공동체의 일상에 부여하는 사회적 기능과 영적·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영적은 그렇다치고, 어떻게 미적 가치를 인정받았느냐?


죽은 자들의 날에는 제단을 꾸미는데, 이 제단을 '오프렌다스 Ofrendas'라고 부른다. 제단에는 사진이 올라가고, 해골과 뼈 모양 장식품, 그리고 노란꽃으로 꾸며진다. 제단을 올리는 형태부터 고대 아스텍의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며, 그 모습이 매우 예쁘다. 우리나라 제사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일부 지역에서는 제단을 꾸미는 행사가 따로 열릴 정도라고 하니, 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2. 노란꽃의 정체


작품에서 계속 등장하는 저 노란꽃은 금잔화, 마리골드(Marigold)다. 죽은 자들의 날에 제단을 꾸미거나 죽은 자를 집으로 인도하는 꽃길을 만들 때 사용된다. 꽃말은 '이별의 슬픔'이라는데, 영화의 내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영화를 보고 오시길.




3. 알레브리헤


알레브리헤(Alebrije)는 화려한 색으로 환상적인 생물을 표현하는 멕시코의 민속 조각 예술이다.


보기만 해도 눈이 현혹되는 듯한 색감이다. 그 기원은 '피냐타'라는 인물과 카니발 가면을 만들던 '리나레스'에 의해 창시되었다고 한다. 리나레스가 병을 앓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게 되었는데 나무와 바위, 구름이 있는 숲 속에서 갑자기 처음 보는 동물들이 나타났다. 나비의 날개를 가진 당나귀, 소의 뿔을 가진 닭, 독수리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생물들이 '알레브리헤'라고 소리지르며 다니는 꿈이었다. 그가 꿈에서 깨어나 그 동물을 조각하고 다채로운 색을 입혔고, 그게 오늘날 전해지는 알레브리헤의 기원이다.


기괴한 이미지는 악마의 기운을 몰아내고 가정을 보호해 준다는 미신은 어디에나 있나 보다. 우리나라의 장승이나 해태가 멕시코의 알레브리헤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2007년 이후부터 멕시코 대중 예술 박물관 후원 하에 '알레브리헤 퍼레이드'가 매년 개최될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료나 형태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보다 기괴하고 창의적인 알레브리헤가 등장하는 듯 하다. 멕시코의 수공예와 민속 예술을 계승한다는 목적으로, 현재는 카니발 같은 큰 축제로 성장했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죽은 영혼을 안내하는 인도자로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 것보다는 악운을 막아주는 정도로 인식되는 듯 하다.



4. 멕시코에서의 죽음


뉴욕, 파리, 런던 사람들에게 죽음은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금기어다.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죽음에 늘 관심을 갖고 자주 말하며, 죽음과 함께 잠들고 죽음을 축하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고 영원한 사랑이다.


-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 『고독의 미로』 中



각 문화권마다 죽음을 받아드리는 자세가 다르다.


최근에 개봉한 『신과 함께』에서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사후세계와 『코코』에서 그려진 멕시코의 사후세계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나라의 사후세계는 죄를 심판하는 근엄한 분위기라면, 멕시코의 사후세계는 거대한 축제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다. 실제 멕시코 문화에서 죽음은 두렵거나 무서운 분위기 보다는, 또 하나의 세계로 인식되는 듯 하다. 때문에 해골 장식이나 분장이 일반적으로 많이 이뤄진다. 멕시코 해골 장식을 본 적이 있나? 그들은 해골에 꽃이나 하트를 그려넣는다. 


작품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아마 디즈니 작품 중에서 죽음이 가장 가볍게 다뤄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전해지는 감동은 가볍지 않다. 2018년의 가슴 떨리는 선율의 감동을 받고 싶다면 지금 극장에서 『코코』를 예매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