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는 빨간머리 소녀 『에이번리의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평생 앤의 이야기를 썼다.


그러니까 앤의 이야기는 소녀의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작가가 일생 동안 소녀 시절의 이야기만 썼겠는가. 몽고메리는 앤이라는 캐릭터의 일생을 그대로 그려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총 9편의 시리즈를 썼다. 될 수 있으면 인디고에서 전부 출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번리의 앤』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앤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청소년기처럼 앤 역시 다양한 갈등을 겪게 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대학 진학에 대한 갈등이 전반적으로 나온다. 앤은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과 초록지붕 집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속에서 갈등한다. 그러는 중에도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상냥한 선생님의 면모도 보여준다. 전작에 비해서 성장한 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대견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앤은 앤이었다.


"우리가 이쪽으로 와서 정말 다행이야. 너희도 알다시피 오늘은 내가 입양된 날이야. 이 정원과 정원에 얽힌 이야기가 내 생일 선물이 되었어. 다이애나, 헤스터 그레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엄마가 말해 주셨니?"

앤이 빛나는 눈으로 묻자 다이애나가 대답했다.

"아니, 예쁘다고만 하셨어."

"그 편이 더 좋아. 헤스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으니까. 내 생각에 헤스터는 아주 작고 갸날픈 몸매에 부드럽고 까만 곱슬머리에 순하고 상냥하고 커다란 갈색 눈에 애절하고 창백한 얼굴을 가졌을 거야."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전작의 앤을 회상하고 추억하며 기뻐할 수 있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기쁜 일이다. 게다가 그 사람이 사랑스러운 빨간 머리 소녀라면 더할나위 없겠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고, 언제나 동심을 떠올리게 해주는 고마운 작품이다. 오랫동안 순수한 상상의 세계를 잊고 있었다면, 인디고에서 출간한 앤 시리즈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야기가 당신을 순수한 세계로 이끌어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