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7.11.08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2. 2017.11.08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3. 2017.11.02 죽어도 죽을 수 없는 남자 『울버린 : 올드맨 로건』
  4. 2017.11.01 아스텍의 옛날 이야기 『여기 모닥불가에 앉으세요』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단기간이지만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Q :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A : 책을 친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집어던지든, 낙서를 하든, 씹어 먹든. 일단 책을 낯설어하면 펼쳐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친근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이면 백, 독서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두게 된다. 이건 경험이기도 하다. 팁을 하나 제안하자면,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마라. 대신 책을 가까이두고 심심하게 만들어라.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책을 집게 될 것이다.



Q : 폰을 사줬더니, 손에서 폰을 놓질 않아요.


A : 당연한 일이다. 폰이 제공하는 미디어, 게임 등은 쉬운 자극제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화면에서 뿅뿅 하며 화려한 이펙트가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책은 느린 자극제다. 천천히 읽고, 읽어서 끝을 봐야 비로소 자극이 서서히 올라온다.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굉장하지만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극히 소소한 즐거움이다. 게임은 금방 빠지지만, 독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인내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책을 읽게끔 해도, 효과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거다. 나쁜 건 바로 보이고, 좋은 건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인내해야 한다.



Q : 만화책만 읽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A :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에 감사하자. 대개 학부모가 말하는 만화책이란, 교육용으로 제작된 Why 시리즈, 마법 천자문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책들은 만화책 수준에 끼지도 못한다. 아이가 만화책방에서나 볼 수 있을 일본 만화를 보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일본 만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 시리즈를 다 읽었으면 다른 장르의 교육 만화책을 사주면 된다. 필자는 삼국지, 초한지 같은 중국 역사를 만화로 읽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말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80여권이 넘는 책을 여덟 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토론 수업 때, 논파(論破)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화책도 만화책 나름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르의 교육 만화를 찾으면 된다. 책을 손에서 놓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Q : 책을 훑어 보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읽어서 정작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A : 독서는 책을 외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책의 용도가 그런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책 내용 기억을 운운하는 건, 주입식 교육에서 문제를 풀 때나 하는 짓이다. 아이가 책을 읽었다면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묻는 대신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편이 좋다. 아이가 다시금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이다. 애초에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만약, 아이가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뇌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게 틀림없으니, 반드시 검사를 받아라.



Q : 애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 애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해라. 서점에 가서 애들 책을 고르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라. 애들 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애들이 안다. 부디 아는 척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라.



외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만 적었다.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기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다.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보통 아이들이 읽을 책을 집는 일이 없는데, 올해 잠시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들, 좋을 책들을 많이 보게 됐다. 아이들이 읽는 유아용 도서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좋다. 그렇다고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면서 무시하면 곤란하다.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성인 도서와 다르지 않으니까.


학원에서 책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작품이 바로 이 『잔소리 없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잔소리를 듣는다. 나에게 약이 되는 소리라지만,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목만 봐도 '잔소리가 없는 날은 어떤 날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게 흥미가 되고, 호기심이 되어 책을 펼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주인공 '푸셀'은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평범하다기 보다 조금 말썽꾸러기인 편이다. 삽화를 보면 빨간 곱슬 머리로 묘사되어 있다. 서구권에서 빨간 머리가 말썽을 일으키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해리포터의 론 위즐리나 유명한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그런 DNA를 타고난 말썽꾸러기 빨강머리 푸셀은 부모님과 '잔소리 없는 날'을 정하기로 약속한다.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푸셀,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니?"

엄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보통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잖아요."

푸셀은 꿈꾸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나이에는 부모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지."

아빠의 말에 푸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엄마 아빠가 허락해 주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엄마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작품 안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푸셀의 부모님은 '잔소리 없는 날' 같은 말도 안 되는 아이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항상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어른이 등장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어린 왕자』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법이 나와 있는 책이다. 보다 좋은 부모가, 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잔소리 없는 날』을 읽어 보시라.

죽어도 죽을 수 없는 남자 『울버린 : 올드맨 로건』



마블의 스튜디오의 영화가 연달아 흥행을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코믹스 히어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올랐다.

마블은 본래 코믹스, 만화라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 만화와는 많이 다른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만화를 제작하는 회사다. DC와 더불어 코믹스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DC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코믹스의 역사는 DC가 조금 더 긴 편이다. 어찌됐든 수많은 서구권에서는 이미 수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코믹스 독자층이 생기기 시작하는 추세인 것 같다. 어찌됐건 서점이나 만화카페에 가면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는 성장했다.


마블은 수많은 히어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엑스맨의 울버린은 초창기에 디자인 된 히어로 중 한 명이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꽤나 인지도가 높은 히어로다.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의 인지도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덕도 있겠다. 현재 엑스맨 시리즈의 판권은 FOX가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블 스튜디오가 아닌 FOX가 독자 제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2017)에 개봉한 울버린 독자 시리즈 『로건』은 '휴 잭맨'의 울버린 연기에 종지부를 찍는 영화였다.

영화 배경에서 초능력자들은 모두 능력을 잃어버리거나 쇠퇴하여 힘이 미미해지거나, 목숨을 잃었다. 울버린의 회복 능력도 많이 약해진 상태. 프로페서X 찰스 자비에 역시 늙고 병들어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 울버린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조용히 인간 '로건'으로서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만, 소녀 '로라'와의 만남으로 다시금 숨겨왔던 발톱을 꺼내게 된다.


울버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에 영향을 준 코믹스 작품을 구매했다. 

그게 바로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 할 『울버린 : 올드맨 로건』이다.





코믹스 특유의 무거운 화풍이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은 영화보다 더 어두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저 초능력자들의 힘을 잃은 것으로 그치지만, 코믹스에서는 빌런(악당)들이 모두 힘을 모아 히어로들을 공격해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대통령이 무려 '레드 스컬'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에 등장했던 시뻘건 해골 바가지를 기억하시나? 바로 그 놈이 빌런들을 통솔하고, 자신의 수하인 하이드라를 동원해 지배하는 세상이 배경이다.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세력을 규합하기만 하면 네놈들에겐 승산이 없었는데.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상상이 가나?

우린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이 나라를 조각조각 찢어 나눠 가질 것이다.

어보미네이션은 캘리포니아를, 둠은 중서부 라인을, 매그니토는 뭣 때문인지 라스베이거스를 원하더군.


백악관에는 누가 앉을지 짐작이 가나?


위 대사는 전쟁에서 패배해 쓰러져있는 캡틴에게 레드 스컬이 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히어로는 남지 않고, 모두 빌런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빌런과의 전쟁에서 울버린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울버린이 아닌 인간 로건으로 살면서 마음의 안식을 찾으려 한다.

가정도 이루고 사는 그에게는 크나큰 시련이 있는데, 돈이 없다.


얼마나 현실적인 문제인가.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오래된 친구(선글라스 쓴 저 할아버지의 정체를 알면 기겁할 거다)의 꾐에 넘어가 함께 물건을 배달하기로 한다. 





배달하는 길이 우리나라 짜장면 배달하는 것처럼 쉬우면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았을 거다.

당연히 위험이 따르는데, 총을 맞는 건 기본이고, 티라노사우르스에 기생하고 있는 베놈(스파이더맨에 기생했던 외계 생물, 본래 이름은 심비오트)에게 쫓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로건은 발톱을 뽑지 않는다.

그러자 오래된 친구가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놈들이 무슨 짓을 한 거냔 말이야.





울버린이 왜 로건으로 살게 되었는지,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으러 가시라.

영화와는 색다른 로건의 이야기를 알게 될 거고, 전혀 다른 결말을 마주하게 될 거다.


아스텍의 옛날 이야기 『여기 모닥불가에 앉으세요』



헌 책방은 언제나 신비로운 곳이다. 케케묵은 책들이 지나온 시간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 거리는 걸 느낀다. 그러면 한참 동안 책과 책 사이를 누비며 헌 책방에서 새로운 책을 찾는다. 그 시간이 또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다. 그런 시간이, 좋다.


이 책은 헌 책방에서 찾은 새로운 책이다.

아스텍 문명의 계승자가 들려주는 29가지 지혜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으레 옛날 이야기라고 하는 건 교훈이 들어가 있는 법이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후세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봐도 권선징악(勸善懲惡) 같은 뚜렷한 교훈이 있지 않은가. 문화가 다른만큼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단순한 권선징악에서 그치지 않는다.





옛날에 아주 화창한 날 숲 속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불렀고 개구리들은 연못가에서 꽥꽥 울어댔고 귀뚜라미들은 풀숲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었습니다. 방울뱀 한 마리가 숲 속으로 통하는 작은 길을 기어가 햇빛 속에서 몸을 따듯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방울뱀은 몸을 둘둘 말고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주위는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길 가던 한 남자가 잠들어 있는 방울뱀을 보고 곧장 뱀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가 무거운 돌을 하나 집어들고 막 뱀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을 때 뱀이 깨어났습니다. "형제님, 왜 나를 죽이려는 거죠? 난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너는 독이 있으니 죽어야 해!"

남자가 소리 질렀습니다.

"하지만 형제님, 내가 비록 독이 있긴 하지만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하는 걸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네가 나를 죽인다고?"

남자가 웃었습니다.

"나는 인간이고 너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세. 그리고 난 이 돌을 갖고 있고 이걸로 널 죽일 거다."

"형제님, 마지막으로 부탁해요."

뱀이 말했습니다.

"나를 해치지 마세요. 그러면 나도 당신을 해치지 않을게요."

"나는 뱀 따위의 형제가 아니야."

그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넌 죽어야 해. 그것도 지금 즉시 말이지!"


그리고 남자는 돌로 뱀을 치려고 팔을 높게 쳐들었습니다. 그 순간 뱀은 재빨리 뛰어올라 순식간에 남자의 목을 물었습니다. 남자는 즉시 바닥에 쓰러졌고 죽어가면서 뱀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제님, 당신이 내 말을 듣고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한테 아무 일도 없었을 거고 당신은 오래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방울뱀은 따뜻한 햇살 속에서 다시 몸을 둘둘 말고선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날 숲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는 것과 살게 내버려두는 것」 전문





내용이 재미있지 않나?

잠이 오지 않는 밤, 조용히 펼쳐두고 모닥불 앞에 앉아 이름 모를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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