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7.12.08 여성의 언어로 쓰여진 잡지 『우먼카인드 Womankind』
  2. 2017.12.07 화폐에 대한 진실,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3. 2017.12.02 오리지널, 그리고 복제에 대해 『시뮬라시옹』
  4. 2017.12.01 맛있는 훗카이도 여행을 그리며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5. 2017.12.01 가치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지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6. 2017.11.08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7. 2017.11.08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8. 2017.11.01 아스텍의 옛날 이야기 『여기 모닥불가에 앉으세요』
  9. 2017.10.31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주홍책 『The Art of Game Design』
  10. 2017.10.24 필사하기 좋은 책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여성의 언어로 쓰여진 잡지 『우먼카인드 Womankind』



서점에 가면 잡지 코너는 항상 들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월간지는 눈에 익다. 내용을 안 봤어도 이름은 알고 있는 잡지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 처음 보는 녀석이 있어서 집어왔다. 여성의 언어로 세상을 말한다는 잡지 『우먼카인드 Womankind』다. 2014년 호주에서 창간되었으며, 2017년 11월에 한국 창간호가 출판됐다.


근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게, 이 잡지의 창간에 한 몫했으리라 짐작한다.





『우먼카인드 Womankind』는 문화, 철학, 역사, 심리학 등에서 논의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포괄적이지만 집중적이고 담백하다. 일러스트나 사진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훌륭한 사진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대한 즐거움은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잡지다. 실려있는 글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이렇게 맛있는 글을 잡지에서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히 단언컨데, 이 잡지에 기고하는 여성들의 글은 맛이 있다.





에스테스의 야성 치료는 늑대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에스테스가 보기에 늑대는 여성과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불손하고... 천성적으로 위험하고 탐욕스럽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옛이야기 속 늑대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될 무자비하고 음흉한 악당이다. 여성들 역시 주로 사악한 마녀나 심술궃은 계모, 아둔한 매춘부 따위로 그려졌다. 하지만 현실은 꽤 다르다.

"건강한 늑대와 여성은 예민한 감각, 명랑한 영혼, 강인한 희생정신 등 정신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오한 직감을 지녔고, 혈육, 짝, 무리를 끔찍이 아낀다는 점도 서로 닮았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늑대와 여성은 핍박과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잡지를 읽으면서 담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제 보니 광고가 하나 없다.


『우먼카인드 Womankind』는 광고 없이 발행되는 잡지다. 놀라울 따름이다. 다른 잡지를 비롯한 간행물들이 얼마나 많은 광고로 운영되고 있는 지 생각하면 말이다. 이들은 순전히 잡지 내용에 충실하여 분량을 채운다. 이것만 봐도 이 잡지를 읽어볼 가치가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할 때는, 분명 색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성을 위한 잡지라고 하지는 않겠다.


애초에 인간은 두 개의 성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고, 우리는 서로를 안고 가야할 운명을 타고 났다. 오히려 남성들에게 이 책을 더 권하고 싶다. 얼빠지고 터무니없는 여성 인권을 외치며 잘못된 페미니즘에 진절머리가 난 남성이라면 더더욱, 이 잡지를 읽어보시길. 『우먼카인드 Womankind』는 페미니즘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스스로 여성의 인권을 드높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잡지다.


진짜 페미니즘이 뭔지 알고 싶은 사람, 혹은 왜곡된 페미니즘에 지친 사람에게 추천한다.






화폐에 대한 진실,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언제부터인가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쉬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최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인가 몰랐는데,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친 듯한 가격 폭등으로 1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금도 상승세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코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양하게 늘어선 코인들 중에 어떤 것에 투자를 해야 할 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대체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비트코인이라고 하는 게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왔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아직 비트코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책을 통해 내가 알아낸 사실을 추려보면 이렇다.


1. 비트코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전자화폐다.

2. 전자화폐는 해킹과 복제에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3.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 Block Chain' 기술이 등장한다.

4. 블록체인은 '분산 장부 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다.

5. 장부의 내용, 내역을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일괄적으로 기록한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특정 장부를 해킹했다 가정해도, 다른 장부의 내용과 불일치하기 때문에 사용을 불가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연결된 모든 장부를 해킹해야 하는데, 그런 연산을 불가능하다.

6. 5와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은 전자화폐이면서도 안전을 보증한다.

7. 5와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을 '암호화폐 Cryptocurrency'라 부른다.

8. 비트코인은 은행 같은 중간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지극히 적다.

9. 아프리카와 같이 은행이 많이 설립되지 않은 국가에서 특히 장점이 두드러진다.

10. 미국, 영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시중에서 이미 비트코인을 사용 중이다.

11. 스위스에는 비트코인을 현금화 시켜주는 ATM도 존재한다.


책은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화폐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화폐란 특정 집단, 국가, 정부에 의해서 조작될 수 있는 불안정한 가치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리지 않다. 화폐란 인간들이 사회를 구축하고 서로 약속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미처 알지 못했던 화폐의 허상을 낯낯이 파헤친다. 이를 비트코인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의 월등함을 말하고 있다.


거의 찬양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저자의 생각에는 일부 동의한다.


암호화폐는 전망이 좋고, 앞으로 꾸준히 개발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용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에 대해 너무 긍정적인 내용만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책에서 비트코인을 금화, 금과 비교한다. 금은 제한되어 있는 재화이기 때문에 정부나 국가가 멋대로 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때문에 금은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비트코인도 금과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40년까지 2,100만의 수량만 채굴된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대체 '어디서부터 비트코인이 등장했느냐'였다.


2008년 10월 31일 저녁 '비트코인 :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이 암호화 기술 커뮤니티 메인(Gmane)에 등재됐다. 그리고 2009년 1월 3일. 논문으로만 존재하던 비트코인이 구현되었다. 비트코인은 채굴 시간이 기록되는 기술, 타임 스탬프가 있다. 제 1호 비트코인에는 2009년 1월 3일 오후 6시 15분 5초라는 시간이 찍혀있다. 이 사람이 바로 비트코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다.


그러나 아무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비트코인의 기술을 유지, 보수하던 개발자들과의 접촉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2011년에 잠적해버린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의 정체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즉,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잠적은 어디에도 통제 받지 않는 화폐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석하지만, 미심쩍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래서야 2,100만의 수량이 진짜인지, 과연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안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개발자가 나타나 전부 백지화시켜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기술적으로 접근했을 때, 블록체인은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우에는 말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에서 지갑을 만들기만 하면 누구나 접할 수 있다. 남녀노소. 헌데 그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돈이 된다는 말에 혹해서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해야 한다며 떠들고 있다. 그 실체도 파악하지 못한 채 말이다. 불나방이 따로 없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과 같은 폭등 현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하다. 누군가는 크게 벌었지만, 누군가는 크게 잃었다. High Risk High Return. 이 사실을 알고도 뛰어든다면 상관이 없다.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불에 몸을 태우는 일이 없기를.


투자 / 제태크 분야에서 이 책을 찾을 수 있지만, 실상 비트코인 투자법에 대한 설명은 없다. 화폐의 실상과,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암호화폐가 훌륭한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치를 쫓는 게 아니다. 발상을 전환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허황된 미래보다 새로운 미래를 바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오리지널, 그리고 복제에 대해 『시뮬라시옹』



이론서나 철학서는 언제나 긴장한 상태로 읽게 된다. 어느 한 순간 내용에 심취하여, 마치 책의 내용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맹목적이고 광적인 믿음은 언제나 위험하다. 이성은 항상 의심하라 말한다. 때문에 이런 책을 접할 때는 이성을 칼 같이 갈아두고 읽어야 한다. 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내 세계를 보다 강하고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 말이다.


책 제목인 '시뮬라시옹'은 Simulation 시뮬레이션의 불어 발음이다. 시뮬레이션으로 표기되지만, 갖고 있는 의미가 다르다. 사전을 찾아도 '시뮬라시옹 이론'이 따로 나와 있다. 이 책은 시뮬라시옹 이론을 담고 있는 이론서다. 원제는 『Simulacres & Simulation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이다. 


'시뮬라시옹'이란 '시뮬라크르'의 동사형, 즉 '시뮬라크르 하기'이다. 그렇다면 우선 시뮬라크르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의미가 복제나 위조, 모방과 겹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 원본 이미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시뮬라크르의 이미지에 지배 당하게 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인공물. 그게 시뮬라크르다. 책에서는 이 내용을 설명하면서 현대 전쟁을 예로 든다. 


미사일 발사는 화면이라는 컴퓨터로 보면서 하지 실제 미사일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보면서 하지 않는다. 이때 시뮬라크르인 화면상의 미사일 궤도는 실제 탄의 궤도일 것이며, 더 나아가 실제 탄이 목표에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는 이제는 중요치도 않게 되어버렸다. 결국 시뮬라크르는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것이다.

- 『시뮬라시옹』 中


 





무슨 말인지 난해할 뿐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고, 읽고, 읽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형광펜을 꺼내들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다. 여전히 내게는 난해한 이론이지만, 어렴풋이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책에 있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건 욕심이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사용하는 방법에서 이야기했듯, 책 본연의 목적은 '사고를 하게 하는 것'이지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 책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된 독서를 한 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독서가 당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면, 충분히 훌륭한 독서를 한 거다.





본문보다 각주 내용이 더 길다.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순간 지나가면 본문을 읽는 건지, 각주를 읽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사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영화에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 대해 분석문을 쓰기 위해서 처음 이 이론을 접했다. 『매트릭스』의 제작자 워쇼스키 형제(남매)는 『시뮬라시옹』을 모티프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주연 배우들에게는 직접 이 책을 건네주고 읽도록 했다. 영화에서는 '매트릭스'라는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가상 세계. 시뮬라크르. 해서 이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뮬라시옹』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영화 초반, 해커로 활동하며 복제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이다.

판매하는 복제 프로그램을 보관해둔 저 책의 제목이 보이는가? 바로 이 『시뮬라시옹』이다. 이 영화는 시뮬라시옹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분석하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매트릭스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분석을 했다. 단순히 영화적인 관점부터 시작해서 종교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이도 있다. 충분히 근거가 있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분석들이 많지만, 그래도 나는 시뮬라시옹을 빼놓고 이 영화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시뮬라시옹』의 저자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이론은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적으로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느낄 때 『매트릭스』는 그의 이론에 충실한 면이 많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리뷰를 쓸 예정이다. (그렇지만 분석문을 쓰는 일은 언제나 피곤한 작업이기 때문에......)





가상세계와 현실. 실제와 부제. 오리지널과 복제. 이에 대해 심오한 생각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나처럼 영화 『매트릭스』의 분석문, 논문을 써야 할 학도들에게도.


맛있는 훗카이도 여행을 그리며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미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에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뿐, 이라는 말에 담긴 뜻은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은 모두 소화가 되지만, 사진은 남는다'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면 항상 현지 음식을 먹는 편이다. 라면을 싸 가거나 고추장을 챙겨가는 건 가방에 자리만 차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은 먹는 것이다. 음식의 재료나 간, 형태 같은 것만 봐도 지방의 특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거나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음식을 먹으면 그 문화를 몸 속 깊이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역사나 언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난다. 그러니 음식이라도 먹어야 한다. 진정한 여행은 현지의 음식을 먹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올해 2월에 삿포로를 다녀왔다. 도쿄나 오사카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삿포로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해서 이번 달(12월)에 다시 한 번 훗카이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오예!


삿포로에서 먹은 것들은 하나 같이 다 맛있었다. 사전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않은 식사가 없었다. 특히 해산물 요리는 일품이다. 포장해서 판매하는 초밥이, 우리나라 어지간한 초밥집 보다 맛있다. 방문했던 온천에 유명한 인도 커리 식당이 있었다. 난 아직도 그 커리 맛을 잊지 못한다.


워낙 먹거리가 많다보니 이번에는 조금 알아보고 가기로 했다. 이왕 먹을 거 제대로 먹으면 좋지 않은가. 해서 이 책을 샀다.





지은이 김윤지(지니어스 덕)는 일본 유학 시절에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을 하나 씩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현지에서 생활했던 사람의 개인적인 감상이 소소하게 적혀있다. 광고 블로그에서 무조건 추천하는 그런 글이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평을 써내려간다. 읽고 있으면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는 글이다.





작가가 그린 음식 일러스트가 중간 중간 등장한다. 보고 있노라면 당장 저 가게로 쳐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배가 고파지는 책이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삿포로는 매년 디저트 대회가 열릴 정도로 디저트 음식이 발달된 곳이라고 한다. 미처 몰랐던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훗카이도는 일 년 중 6개월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 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분, 당분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이런 디저트 음식이 발달하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겨울에 나오는 간식들, 예를 들면 붕어빵 같은 것만 생각해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고 당분의 고 칼로리.


이것 보시라. 음식만 알아보는 것으로도 지역의 특색을 알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먹어야 한다!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다!





훗카이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맛있는 여행을 그려보시길♡



(Ps. 살이 찌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즐기세요.)


가치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지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014년에 출시된 이 인문학 도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인문학 코너 베스트에 꽂혀있다.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몇 페이지 훑어보고 바로 업어온 책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전부 읽지 못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 읽었는지 어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왜인지 이런 책은 조금씩 조금씩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잡고 펼치는 부분부터 읽어서 그런 것 같다. 나만 그런가?


쉽게 들고, 쉽게 펼치고, 쉽게 덮는 게 가능한 책이다.


담고 있는 내용을 감안하면 쉽게 들리지도, 펼쳐지지도 않을 것 같지만 굉장히 가벼운 책이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가 가능하다. 안에 담긴 내용은 훌륭하다.





총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는 현실에 맞닿아 있는 주제고,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는 현실 너머의 문제를 다루는 주제다. 여기에 있는 주제를 전부 섭렵하고 관심 갖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나 같은 경우는 현실 너머의 문제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에 맞닿아 있는 주제는 별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나 같이 눈을 돌린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내용을 풀어두었다.


순서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중요한 뼈대를 순차적으로 배치해두었다. 처음 읽을 때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를 권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내용이 끝날 때면 최종 정리를 통해서 이해를 도와준다. 역으로 최종 정리를 먼저 읽은 후에 앞에 내용을 더듬어가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종 정리를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책을 다시 읽으면 된다.





이 책이 당신이 살아갈 인생의 편리한 지도가 되길 바란다.

이 지도를 들고서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대화하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의 의미와 깊이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빛을 낸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中



우리는 책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우지만 그것만으로 가치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가치는 언제나 책 밖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당신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도록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지도가 될 수 있다.

당장 이 지도를 얻으러 가시라.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단기간이지만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Q :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A : 책을 친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집어던지든, 낙서를 하든, 씹어 먹든. 일단 책을 낯설어하면 펼쳐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친근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이면 백, 독서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두게 된다. 이건 경험이기도 하다. 팁을 하나 제안하자면,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마라. 대신 책을 가까이두고 심심하게 만들어라.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책을 집게 될 것이다.



Q : 폰을 사줬더니, 손에서 폰을 놓질 않아요.


A : 당연한 일이다. 폰이 제공하는 미디어, 게임 등은 쉬운 자극제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화면에서 뿅뿅 하며 화려한 이펙트가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책은 느린 자극제다. 천천히 읽고, 읽어서 끝을 봐야 비로소 자극이 서서히 올라온다.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굉장하지만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극히 소소한 즐거움이다. 게임은 금방 빠지지만, 독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인내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책을 읽게끔 해도, 효과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거다. 나쁜 건 바로 보이고, 좋은 건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인내해야 한다.



Q : 만화책만 읽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A :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에 감사하자. 대개 학부모가 말하는 만화책이란, 교육용으로 제작된 Why 시리즈, 마법 천자문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책들은 만화책 수준에 끼지도 못한다. 아이가 만화책방에서나 볼 수 있을 일본 만화를 보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일본 만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 시리즈를 다 읽었으면 다른 장르의 교육 만화책을 사주면 된다. 필자는 삼국지, 초한지 같은 중국 역사를 만화로 읽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말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80여권이 넘는 책을 여덟 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토론 수업 때, 논파(論破)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화책도 만화책 나름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르의 교육 만화를 찾으면 된다. 책을 손에서 놓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Q : 책을 훑어 보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읽어서 정작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A : 독서는 책을 외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책의 용도가 그런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책 내용 기억을 운운하는 건, 주입식 교육에서 문제를 풀 때나 하는 짓이다. 아이가 책을 읽었다면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묻는 대신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편이 좋다. 아이가 다시금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이다. 애초에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만약, 아이가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뇌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게 틀림없으니, 반드시 검사를 받아라.



Q : 애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 애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해라. 서점에 가서 애들 책을 고르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라. 애들 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애들이 안다. 부디 아는 척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라.



외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만 적었다.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기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다.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보통 아이들이 읽을 책을 집는 일이 없는데, 올해 잠시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들, 좋을 책들을 많이 보게 됐다. 아이들이 읽는 유아용 도서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좋다. 그렇다고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면서 무시하면 곤란하다.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성인 도서와 다르지 않으니까.


학원에서 책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작품이 바로 이 『잔소리 없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잔소리를 듣는다. 나에게 약이 되는 소리라지만,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목만 봐도 '잔소리가 없는 날은 어떤 날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게 흥미가 되고, 호기심이 되어 책을 펼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주인공 '푸셀'은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평범하다기 보다 조금 말썽꾸러기인 편이다. 삽화를 보면 빨간 곱슬 머리로 묘사되어 있다. 서구권에서 빨간 머리가 말썽을 일으키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해리포터의 론 위즐리나 유명한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그런 DNA를 타고난 말썽꾸러기 빨강머리 푸셀은 부모님과 '잔소리 없는 날'을 정하기로 약속한다.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푸셀,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니?"

엄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보통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잖아요."

푸셀은 꿈꾸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나이에는 부모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지."

아빠의 말에 푸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엄마 아빠가 허락해 주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엄마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작품 안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푸셀의 부모님은 '잔소리 없는 날' 같은 말도 안 되는 아이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항상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어른이 등장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어린 왕자』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법이 나와 있는 책이다. 보다 좋은 부모가, 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잔소리 없는 날』을 읽어 보시라.

아스텍의 옛날 이야기 『여기 모닥불가에 앉으세요』



헌 책방은 언제나 신비로운 곳이다. 케케묵은 책들이 지나온 시간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 거리는 걸 느낀다. 그러면 한참 동안 책과 책 사이를 누비며 헌 책방에서 새로운 책을 찾는다. 그 시간이 또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다. 그런 시간이, 좋다.


이 책은 헌 책방에서 찾은 새로운 책이다.

아스텍 문명의 계승자가 들려주는 29가지 지혜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으레 옛날 이야기라고 하는 건 교훈이 들어가 있는 법이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후세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봐도 권선징악(勸善懲惡) 같은 뚜렷한 교훈이 있지 않은가. 문화가 다른만큼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단순한 권선징악에서 그치지 않는다.





옛날에 아주 화창한 날 숲 속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불렀고 개구리들은 연못가에서 꽥꽥 울어댔고 귀뚜라미들은 풀숲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었습니다. 방울뱀 한 마리가 숲 속으로 통하는 작은 길을 기어가 햇빛 속에서 몸을 따듯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방울뱀은 몸을 둘둘 말고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주위는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길 가던 한 남자가 잠들어 있는 방울뱀을 보고 곧장 뱀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가 무거운 돌을 하나 집어들고 막 뱀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을 때 뱀이 깨어났습니다. "형제님, 왜 나를 죽이려는 거죠? 난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너는 독이 있으니 죽어야 해!"

남자가 소리 질렀습니다.

"하지만 형제님, 내가 비록 독이 있긴 하지만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하는 걸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네가 나를 죽인다고?"

남자가 웃었습니다.

"나는 인간이고 너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세. 그리고 난 이 돌을 갖고 있고 이걸로 널 죽일 거다."

"형제님, 마지막으로 부탁해요."

뱀이 말했습니다.

"나를 해치지 마세요. 그러면 나도 당신을 해치지 않을게요."

"나는 뱀 따위의 형제가 아니야."

그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넌 죽어야 해. 그것도 지금 즉시 말이지!"


그리고 남자는 돌로 뱀을 치려고 팔을 높게 쳐들었습니다. 그 순간 뱀은 재빨리 뛰어올라 순식간에 남자의 목을 물었습니다. 남자는 즉시 바닥에 쓰러졌고 죽어가면서 뱀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제님, 당신이 내 말을 듣고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한테 아무 일도 없었을 거고 당신은 오래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방울뱀은 따뜻한 햇살 속에서 다시 몸을 둘둘 말고선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날 숲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는 것과 살게 내버려두는 것」 전문





내용이 재미있지 않나?

잠이 오지 않는 밤, 조용히 펼쳐두고 모닥불 앞에 앉아 이름 모를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주홍책 『The Art of Game Design』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전공자는 '공포의 주홍책'으로 묘사하기도 한 『The Art of Game Design』에는 게임을 만들 때 필요한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서 방법과 노하우,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 한 권만 있다면 정말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슨 기술적인 부분이 정리되어 있는 게 아니다.


이 책은 Game Design 게임 디자인, 그러니까 기획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게임 그래픽, 원화 디자인, 프로그래밍은 다루는 학원이 많다. 그렇지만 기획을 가르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전문적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나 역시 S아카데미에서 게임 기획 수업을 들었지만, 실제로 기획반을 가르친 강사는 게임 회사에서 7년 동안 디자인 쪽에서 업무를 하던 사람이었다. 강사가 수업 때 했던 모든 내용이 이 책에 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사버렸다.





목차는 크게 32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태초에 디자이너가 있었다

2장 디자이너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3장 게임에서 발원하는 경험

4장 게임은 요소로 구성된다

5장 게임 요소는 테마를 뒷받침한다

6장 게임은 아이디어로 시작된다

7장 게임은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8장 게임은 플레이어를 위한 것이다

9장 경험은 플레이어의 마음속에 있다

10장 게임 메커니즘 요소

11장 게임 메커니즘은 균형 잡혀 있어야 한다

12장 게임 메커니즘은 퍼즐을 지원한다

13장 플레이어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한다

14장 경험은 흥미 곡선으로 판단할 수 있다

15장 경험 중 하나는 이야기다

16장 이야기와 게임 구조는 간접 통제로 멋지게 융합할 수 있다

17장 이야기와 게임은 세계 안에 자리한다

18장 세계에는 캐릭터가 들어 있다

19장 세계는 공간을 담고 있다

20장 세계의 외관은 미적 요소에 의해 규정된다

21장 다른 플레이어와 같이 노는 게임도 있다

22장 다른 플레이어는 때로 커뮤니티를 만든다

23장 디자이너는 보통 팀에 속해 일한다

24장 팀은 때로는 문서로 소통한다

25장 좋은 게임은 플레이테스트로 만들어진다

26장 팀은 기술로 게임을 만든다

27장 게임에는 의뢰인이 있다

28장 디자이너는 의뢰인에게 제안한다

29장 디자이너와 의뢰인은 게임의 수익을 원한다

30장 게임은 플레이어를 변화시킨다

31장 디자이너는 일말의 책임이 있다

32장 모든 디자이너에게는 동기가 있다


목차만 읽어도 게임 기획에 필요한 내용이 전달되는 것 같지 않나?

저자는 독자의 성장을 이끌어내면서, 게임 기획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 씩 보여준다. 큰 테두리부터 잡아주고 디테일하고 깊게 하나 하나 짚어가며 독자를 성장 시킨다. 


분명히 할 게 한 가지 있어요. 이 책의 주 목적은 당신이 더 나은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가 되게 가르치는 데 있지만, 앞으로 살펴볼 많은 법칙은 비디오 게임용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폭넓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좋은 점은 여기서 읽은 내용을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그 무엇이든 어떤 게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들어가며 中... 제시 셸





내용 안으로 들어가면 '렌즈' 파트가 따로 나온다. 

'렌즈'에는 게임 기획을 할 때 스스로 점검하도록, 혹은 더 좋은 게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책에는 총 100개의 '렌즈'가 있다. 이 책을 읽기만 해도 게임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 100가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굉장히 알찬 책 아닌가?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이야기가 게임으로 탄생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에서 스토리는 여전히 뒷전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미 인기 있는 스토리를 게임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웹툰이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게임 스토리는 다른 메카니즘, 요소들과 함께 가야한다. 유동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하나의 게임으로 탄생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스토리를 꿈 꾸고 있다.


물론, 스토리만으로 게임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게임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분석하고,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망설일 게 없다.

당장 서점에서 이 책을 사와서 게임을 하나 씩 분석하고, 문서로 남겨라.

그게 당신의 포토폴리오가 되고, 당신의 실력이 될 것이다.

필사하기 좋은 책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필사(筆寫)는 글을 베끼어 쓰는 일을 뜻한다. 

나에게 글을 가르쳐 준 선생이 제일 처음 시켰던 일이기도 하다. 그 때 선생이 내게 준 책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1000자 원고지에 한 글자 씩 베끼기 시작했다. 학교 쉬는 시간이면 원고지를 펼치고 미친 듯이 베껴 쓴 기억이 난다. 덕분에 나름대로 탄탄한 문장력을 갖게 됐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았을 때, 필사를 해서 좋은 게 몇 가지 있다.


1. 문장이 좋아진다.

내가 좋은 문장을 익히기 위해서 필사를 했고, 그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다만, 필사를 하려는 작품의 문장이 왜,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알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작정 베낀다고 문장이 내 손에 익는 게 아니다.


2. 작품 이해도가 높아진다.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단을 집중해서 읽어가며 필사를 한다. 당연히 작품을 집중해서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이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3. 머리가 아니라 손이 움직인다.

'잘 써야지' 라는 생각은 머리에서 하는 거고, 결국 쓰는 건 손이다. 운동 선수들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세우며 반복 훈련을 하는 이유는, 실제 경기를 할 때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움직이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다. 글도 마찬가지다. 절대 머리에서 쓰는 게 아니다. 쓰는 건 손이다. 머리는 당신의 손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 "모두 그럴 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을 떠올려라. 모두 그럴 듯하게 쓸 생각을 하고 있다. 손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그렇다면 선생은 왜 수많은 책 중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골랐을까?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이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짧게 쓰기를 못한다. 쓸데 없는 말을 계속 한다. 문장이 길어진다. 하나의 문장이 몇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읽는 사람은 혼란스럽다. 도대체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쓸 때는 모른다. 다 쓰고 읽어보면, 이 쓰레기를 자신이 썼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이거보다 심각한 상황은 자신이 쓴 말도 안 되는 문장이 썩 괜찮다고 느끼게 되는 거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문장은 단문(短文)이다. 짧고 간결하며, 문장 하나가 하나의 의미를 담는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당신이 써놓은 쓰레기 중 하나만 들춰봐도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잠이 나를 눌러왔다. 나는 부서진 대문 한 짝을 끌어내 그 위에 엎드렸다. 햇살을 등에 느끼며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우리 식구와 지섭을 제외하고 세계는 모두 이상했다. 아니다. 아버지와 지섭마저 좀 이상했다. 나는 햇살 속에서 꿈을 꾸었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넣고 있었다.


문장을 짧게 쓴다.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것만 담아낸다. 불필요한 수식어, 미사여구는 모두 제외한다. 추상적으로 쓰지 않는다. 들려주지 말고 보여줘라. 좋은 글 쓰기에 필요한 이 요소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담겨있다. 





좋은 글쓰기에 대한 책은 계속 나온다. 요즘에는 코너도 따로 있을 정도다. 나 역시 글쓰기에 관한 책 몇 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책들을 읽는다고 해서 자신의 글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써봐야 한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과 원고지를 책상에 펼치고 계속해서 손을 움직여라.


잊지 마라.

글을 쓰는 건 머리가 아니라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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