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단기간이지만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Q :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A : 책을 친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집어던지든, 낙서를 하든, 씹어 먹든. 일단 책을 낯설어하면 펼쳐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친근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이면 백, 독서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두게 된다. 이건 경험이기도 하다. 팁을 하나 제안하자면,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마라. 대신 책을 가까이두고 심심하게 만들어라.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책을 집게 될 것이다.



Q : 폰을 사줬더니, 손에서 폰을 놓질 않아요.


A : 당연한 일이다. 폰이 제공하는 미디어, 게임 등은 쉬운 자극제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화면에서 뿅뿅 하며 화려한 이펙트가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책은 느린 자극제다. 천천히 읽고, 읽어서 끝을 봐야 비로소 자극이 서서히 올라온다.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굉장하지만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극히 소소한 즐거움이다. 게임은 금방 빠지지만, 독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인내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책을 읽게끔 해도, 효과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거다. 나쁜 건 바로 보이고, 좋은 건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인내해야 한다.



Q : 만화책만 읽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A :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에 감사하자. 대개 학부모가 말하는 만화책이란, 교육용으로 제작된 Why 시리즈, 마법 천자문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책들은 만화책 수준에 끼지도 못한다. 아이가 만화책방에서나 볼 수 있을 일본 만화를 보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일본 만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 시리즈를 다 읽었으면 다른 장르의 교육 만화책을 사주면 된다. 필자는 삼국지, 초한지 같은 중국 역사를 만화로 읽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말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80여권이 넘는 책을 여덟 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토론 수업 때, 논파(論破)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화책도 만화책 나름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르의 교육 만화를 찾으면 된다. 책을 손에서 놓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Q : 책을 훑어 보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읽어서 정작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A : 독서는 책을 외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책의 용도가 그런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책 내용 기억을 운운하는 건, 주입식 교육에서 문제를 풀 때나 하는 짓이다. 아이가 책을 읽었다면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묻는 대신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편이 좋다. 아이가 다시금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이다. 애초에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만약, 아이가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뇌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게 틀림없으니, 반드시 검사를 받아라.



Q : 애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 애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해라. 서점에 가서 애들 책을 고르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라. 애들 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애들이 안다. 부디 아는 척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라.



외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만 적었다.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기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