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작가 정신을 계승하는 문학상 작품집 『이상 문학상 작품집』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문학상이 존재한다. 어떤 문학상이든지 수상하는 일은 어렵고, 그 어려움을 뚫은 수상작들은 읽을만한 작품이라는 보증을 받게 된다. 그 중에서도 문학사상이 주최하는 '이상 문학상' 수상작들은 훌륭한 편이다.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가 목록에 없더라도 매년 사두는 책 중에 하나다. 만약, 한국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데 딱히 알거나 떠오르는 작품, 작가가 없다면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추천한다. 저 수많은 작품들 중에 하나는 반드시 당신의 마음에 들 것이다. 여태까지 내게 그랬던 소설집이다.


1회

1977년

<서울의 달빛 0장>

김승옥

2회

1978년

<잔인한 도시>

이청준

3회

1979년

<저녁의 게임>

오정희

4회

1980년

<관계>

유재용

5회

1981년

<엄마의 말뚝>

박완서

6회

1982년

<깊고 푸른 밤>

최인호

7회

1983년

<먼 그대>

서영은

8회

1984년

<어두운 기억의 저편>

이균영

9회

1985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이제하

10회

1986년

<흐르는 북>

최일남

11회

1987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12회

1988년

<붉은 방>

임철우

<해변의 길손>

한승원

13회

1989년

<겨울의 환>

김채원

14회

1990년

<마음의 감옥>

김원일

15회

1991년

<우리 시대의 소설가>

조성기

16회

1992년

<숨은 꽃>

양귀자

17회

1993년

<얼음의 도가니>

최수철

18회

1994년

<하나코는 없다>

최윤

19회

1995년

<하얀 배>

윤후명

20회

1996년

<천지간>

윤대녕

21회

1997년

<사랑의 예감>

김지원

22회

1998년

<아내의 상자>

은희경

23회

1999년

<내 마음의 옥탑방>

박상우

24회

2000년

<시인의 별>

이인화

25회

2001년

<부석사>

신경숙

26회

2002년

<뱀장어 스튜>

권지예

27회

2003년

<바다와 나비>

김인숙

28회

2004년

<화장>

김훈

29회

2005년

<몽고반점>

한강

30회

2006년

<밤이여, 나뉘어라>

정미경

31회

2007년

<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

32회

2008년

<사랑을 믿다>

권여선

33회

2009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김연수

34회

2010년

<아침의 문>

박민규

35회

2011년

<맨발로 글목을 돌다>

공지영

36회

2012년

<옥수수와 나>

김영하

37회

2013년

<침묵의 미래>

김애란

38회

2014년

<몬순>

편혜영

39회

2015년

<뿌리 이야기>

김숨

40회

2016년

<천국의 문>

김경욱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상문학상 [李箱文學賞] (두산백과)



2017년도 대상 수상작은 구효서의 풍경소리다.


문학상의 특징은 종이 한 장, 혹은 한 문장 차이로 순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기에 실린 모든 작품이 사실은 대상 수상작이라 불러도 좋은 작품이다. 이미 훌륭하다고 검증된 작품이니 아무거나 집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역대 수상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몇 개 꼽자면


20회 대상 수상작 「천지간(天地間)」 윤대녕

상징이 무엇인지 공부하기 좋은 작품. 몇 번이나 분석한 작품 중 하나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너무 뛰어나서, 이 소설을 보면 내가 쓰는 소설을 쓰레기처럼 느껴질 정도.

소설의 치밀함과 상징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드리는 작품이다.


34회 대상 수상작 「아침의 문」 박민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분석했던 작품 중 하나.

소설이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짧은 단편임에도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뒷맛이 오래도록 남아있는 글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36회 대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 김영하

김영하는 글을 잘 쓰는 작가임에 틀림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닌데, 이 작품은 좀 미쳤다. 이상 문학상 작품집은 대상 수상작을 제일 처음 배치한다. 자연스럽게 이 작품을 먼저 읽게 됐는데, 다음 작품들로 넘어가질 못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거짓말이 아니라 별 거 없는 내용인데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고백하자면 아직까지도 36회 작품집은 이 소설 하나 말고는 보질 못했다.

최근 방송에도 나오는 김영하 작가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굳이 길고 어지러운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지 마시고 이 작품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뭐, 이래봐야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직접 읽어보고 고르는 게 제일 좋다.

서점에 가시라.





이상 문학상이 얼마나 좋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건, 집 서재에서 95년도 작품집을 찾았을 때였다. 수록작들이 유독 훌륭한 건 아니었다. 이 책은 내가 산 게 아니라, 부모님이 산 거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의 부모님이 말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이상 문학상은 언제나 좋은 작품들을 선정했다. 





나는 민달팽이처럼 기어서 뿌리에 다가간다. 

두 가닥의 뿌리가 열십자로 뻗어 나가면서, 엇갈린 지점에 저절로 생겨난 움푹한 곳에 얼굴을 파묻는다. 

실뿌리들이 소소소 일어 이마와 귓바퀴를 간질이고, 독기 서린 잔뿌리 끝이 목을 찔러오지만 얼굴을 더, 서슴서슴 주저하면서도 얼굴을 더...... 

변심한 애인이 깊이 잠들기를 기다려 가장 은밀한 곳을, 외설스러우면서도 성스러운 곳을 탐하듯.  


- 39회 대상 수상작 「뿌리 이야기」 中...... 김숨 作




이따금 표지 디자인이 심심찮게 바뀌는데, 매년 같은 표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모아서 확인해보면 달라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종이 재질이나 프로필, 폰트까지 바뀌는 때도 있다. 이런 걸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것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리즈를 사서 책장에 꽂아둘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아직 책장에 이런 작품집이 하나도 없다면, 서점에 가서 아무거나 하나 집어오는 건 어떨까.

분명, 다른 작품집도 골라오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