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8'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11.08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2. 2017.11.08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단기간이지만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Q :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A : 책을 친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집어던지든, 낙서를 하든, 씹어 먹든. 일단 책을 낯설어하면 펼쳐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친근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이면 백, 독서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두게 된다. 이건 경험이기도 하다. 팁을 하나 제안하자면,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마라. 대신 책을 가까이두고 심심하게 만들어라.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책을 집게 될 것이다.



Q : 폰을 사줬더니, 손에서 폰을 놓질 않아요.


A : 당연한 일이다. 폰이 제공하는 미디어, 게임 등은 쉬운 자극제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화면에서 뿅뿅 하며 화려한 이펙트가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책은 느린 자극제다. 천천히 읽고, 읽어서 끝을 봐야 비로소 자극이 서서히 올라온다.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굉장하지만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극히 소소한 즐거움이다. 게임은 금방 빠지지만, 독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인내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책을 읽게끔 해도, 효과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거다. 나쁜 건 바로 보이고, 좋은 건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인내해야 한다.



Q : 만화책만 읽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A :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에 감사하자. 대개 학부모가 말하는 만화책이란, 교육용으로 제작된 Why 시리즈, 마법 천자문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책들은 만화책 수준에 끼지도 못한다. 아이가 만화책방에서나 볼 수 있을 일본 만화를 보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일본 만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 시리즈를 다 읽었으면 다른 장르의 교육 만화책을 사주면 된다. 필자는 삼국지, 초한지 같은 중국 역사를 만화로 읽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말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80여권이 넘는 책을 여덟 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토론 수업 때, 논파(論破)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화책도 만화책 나름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르의 교육 만화를 찾으면 된다. 책을 손에서 놓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Q : 책을 훑어 보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읽어서 정작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A : 독서는 책을 외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책의 용도가 그런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책 내용 기억을 운운하는 건, 주입식 교육에서 문제를 풀 때나 하는 짓이다. 아이가 책을 읽었다면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묻는 대신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편이 좋다. 아이가 다시금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이다. 애초에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만약, 아이가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뇌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게 틀림없으니, 반드시 검사를 받아라.



Q : 애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 애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해라. 서점에 가서 애들 책을 고르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라. 애들 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애들이 안다. 부디 아는 척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라.



외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만 적었다.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기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다.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보통 아이들이 읽을 책을 집는 일이 없는데, 올해 잠시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들, 좋을 책들을 많이 보게 됐다. 아이들이 읽는 유아용 도서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좋다. 그렇다고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면서 무시하면 곤란하다.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성인 도서와 다르지 않으니까.


학원에서 책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작품이 바로 이 『잔소리 없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잔소리를 듣는다. 나에게 약이 되는 소리라지만,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목만 봐도 '잔소리가 없는 날은 어떤 날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게 흥미가 되고, 호기심이 되어 책을 펼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주인공 '푸셀'은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평범하다기 보다 조금 말썽꾸러기인 편이다. 삽화를 보면 빨간 곱슬 머리로 묘사되어 있다. 서구권에서 빨간 머리가 말썽을 일으키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해리포터의 론 위즐리나 유명한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그런 DNA를 타고난 말썽꾸러기 빨강머리 푸셀은 부모님과 '잔소리 없는 날'을 정하기로 약속한다.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푸셀,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니?"

엄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보통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잖아요."

푸셀은 꿈꾸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나이에는 부모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지."

아빠의 말에 푸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엄마 아빠가 허락해 주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엄마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작품 안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푸셀의 부모님은 '잔소리 없는 날' 같은 말도 안 되는 아이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항상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어른이 등장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어린 왕자』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법이 나와 있는 책이다. 보다 좋은 부모가, 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잔소리 없는 날』을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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