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 남성지 탐구 『크레이지 자이언트』『맥심』『플레이보이』


절대로 의도한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또 이 세 잡지를 모두 구매하게 됐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새해 맞이 남성지 탐구를 해 보자. 얼마 되지 않는 블로그 유입자들 중 대다수가 『맥심』을 통해서 들어온다. 『크레이지 자이언트』는 언급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탓에, 내 블로그 글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플레이보이』는 너무 유명해서인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뭐, 어찌 됐건 새해 맞이 남성지 탐구를 시작하겠다.


기본적으로 남성지에는 매력적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 여성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남성지를 찾는다. 부정하지 말자. 이성이 이성을 좋아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물론, 동성을 좋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호기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남자들이 남성지를 보는 이유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기반으로 한다.


그럴 듯하게 써놨지만, 결론은 여성의 사진을 보고 싶어서 사는 놈들이 많다는 뜻이다.



신비스러운 표지를 앞세운 『크레이지 자이언트』 1월 호다.


개인적으로 무작정 벗은 사진 보다는 이렇게 분위기 있는 사진이 좋다. 사진은 좋은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크레이지 자이언트』의 모델은 다른 잡지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표지를 장식한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 이하림이다.


다른 잡지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뜻이지, 절대로 모델의 인지도가 낮다는 뜻은 아니다. 이하림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인지도 있는 인물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남들과 다른 감각, 분위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이하림의 화보는 분위기로 모든 걸 압도한다. 런던 페이퍼 보이 같은 저 차림 좀 봐라. 매력이 철철. 


그런데 나 같이 이런 사진을 좋아하는 남자는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살색이 보여야 좋아한다.



그런 남성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HOT GIRL 화보가 잡지 중간 중간 끼어있다. 인터뷰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사진 분위기는 모델에 따라 천자만별인데,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노출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호기심 왕성한 남자들에게는 환영 받겠다.



무작정 벗는 게 노출의 전부는 아니다.


에로티시즘의 발현은 시각적 효과를 넘어 상상력에 의거한다. 그냥 벗는 것, 벗은 것 보다 특정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크레이지 자이언트』는 아직까지는 시각적 효과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편이다. 위 사진은 개인적으로 꼽는 1월 호 베스트 샷이다.



그렇다고 사진만 남발하는 잡지는 아니다.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칼럼이 꽤 있다. 문제는 꽤나 읽을 맛이 안 나는 칼럼이라는 것이다. 보면 볼 수는 있는데, 맛있게 읽히는 글은 아니다. 이따금 필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위에 실린 결혼에 대한 칼럼이 그랬다. 이도저도 아닌 느낌. 마무리는 되게 착한 느낌. 필력, 글빨이 떨어지는 건 칼럼에서 뿐만이 아니다. 독자와 소통하는 '님들의 편지'에서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답변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계속 나오는 하품 때문에.


여전히 나에게는 아쉬운 점이 많다.



HOT GIRL만 뽑다가, 올해에는 잡지사 모델을 뽑을 심산인가 보다.


지난번에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아직은 먼 일인 것 같다. 이런 콘테스트는 이미 『맥심』에서 진행해왔다.



『맥심』의 콘테스트에서 뽑힌 이들을 '미스 맥심'이라 부른다. 이들은 『맥심』의 콘텐츠나 행사에 참여한다.


『맥심』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콘테스트를 진행해왔다. 축적되어온 시간만큼 수많은 미스 맥심이 존재하고, 그들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맥심』의 힘이다. 게다가 미스 맥심은 독자의 투표로 뽑히기 때문에 팬과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여간 영리하다.



세 잡지 중에 유일하게 부록이 수록되었다.


혜자스러운 『맥심』. 사실, 매년 1월 호에 달력을 부록으로 넣어왔다. 달력 자체는 걸어두기 좀 그렇지만, 가끔 펼쳐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 달력에 모델로 등장하는 여성들이 모두 미스 맥심 출신이다.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확실하게 두드러진다. 『크레이지 자이언트』도 올해 콘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이와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과거 미스 맥심으로 뽑혔던 이들을 인터뷰하기도 한다.


『맥심』의 오래된 독자거나, 그녀의 지지층들에게는 특별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화보가 볼만 하다는 건 둘째치더라도, 『맥심』은 특유의 글빨을 가지고 있다. 세 잡지 중에서 인터뷰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성스러운 답변이 보이는가?


뇌를 거치지 않고 방언처럼 터져나오는 이 답변. 이런 류의 개그에 피식피식 웃는다면, 당신은 주저하지 말고 『맥심』을 구독, 구매해야 한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다.



아까 모델의 인지도를 이야기했는데, 이 아리따운 여성분도 나는 모른다- 고 생각했는데 이미 봐왔던 분이었다.


그 유명한 야구장 '볼걸'이시란다. 사실, 표지에 등장했던 치어리더 안지현의 인지도가 더 압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크레이지 자이언트』에 비해서는 확실히 높은 인지도를 보여준다. 게다가 화보도 예쁘게 잘 찍어준다. 내공이 쌓인 모습이다.



게다가 다른 잡지의 인지도를 파. 괴. 하는 핫한 남자도 나오니- 인지도는 단연 탑이 아닐까. 영화 『신과 함께』가 천만을 돌파했단다.



이들의 글이 재미있는 건, 이들의 작업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글빨이 뛰어나다기 보다, 기본적으로 작업이 재미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아닐까. 그런 모습을 비하인드에서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여기서는 쓰이지 못한 B컷들을 구경할 수 있다. 『크레이지 자이언트』에도 B컷이 있지만, 딱 한 컷 실려있었다.



사실, 1월 호 남성지를 구매하게 된 계기는 『플레이보이』의 아름다운 표지 때문이다.


『플레이보이』의 트레이드 마크인 바니를 살려서 디자인한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플레이보이』는 내게 단순한 에로티시즘의 자극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상상을 유도하고 생각을 끌어낸다.



무엇보다 화보가 제일 아름답다.


여체에 대한 탐닉이라기 보다, 모델 대상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때문에 그냥 '야한 사진'을 기대했다면, 글쎄......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여성 모델만 등장하는 화보 수가 세 잡지 중에 제일 적었다. 그래봐야 한 개 차이지만. 참고로 여성 모델 사진 지면이 제일 많았던 잡지는 압도적으로 『크레이지 자이언트』였다.



광고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광고 사진, 제품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잡지 구독을 필수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이기도 하니까. 남성지 중에서는 『플레이보이』가 제일 낫다. 패션지에서는 『레옹』을 추천한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광고 사진은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게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고급지게 찍는 스킬이 필요하다. 두 잡지는 각 분야에서 가장 럭셔리한 잡지라는 점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권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이용한 에로티시즘은 이제 익숙한 것이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보이』는 '있어 보이게' 잘 찍어냈다.



『플레이보이』는 센터 폴드 CENTERFOLD가 존재한다.


가로로 길게 펼쳐지는 이 사진은 언제나 탐이 난다. 『플레이보이』는 이 센터 폴드만 따로 모아둔 화보집도 판매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1월 호에는 과거 나인뮤지스에서 활동했던 DJ RANA가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접혀있는 부분이 궁금하다면 서점에 가서 당장 『플레이보이』를 사라. 늦지 않았으니까.



칼럼은 길고 진지하다.


세 잡지 중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한다. 게다가 글빨이 쌓여있다. 내공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다. 인터뷰도 특이한데, 인터뷰어(질문자)의 말이 하나도 없거나 거의 없다. 인터뷰이(대답자)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 찬찬히 써 내려간다. 인터뷰라기 보다 인터뷰이의 자기 소개 같은 느낌이랄까.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플레이보이』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만화와 단편 소설이 연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외국 같은 경우 잡지에 단편 소설이 실리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학지를 제외하고 단편 소설을 꾸준히 싣는 잡지는, 우리나라에는 없다. 없었다. 『플레이보이』가 유일하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주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내 소설이 실릴 일은 없을 것 같지만...(시무룩)




새해를 맞이하여 탐구해 본 남성지에 대한 평은 이렇다.


단순하게 눈이 즐거운 볼거리를 찾는다면 『크레이지 자이언트』

뇌를 거치지 않는 드립이 난무하는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맥심』

조금은 무겁고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찾는다면 『플레이보이』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딱 잘라서 뭐가 제일 좋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제일 좋은 건 전부 읽어보고 스스로 결정하는 거다. 내 편파적인 탐구에서도 드러나지만, 나는 『플레이보이』가 제일 좋다. 애초에 사이즈도 두 잡지 보다 조금 더 '크다'.



봐라, 좀 더 크지.


남자나 여자나 큰 걸 좋아하지 않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