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지 비교 분석, 제 2장 [ 맥심 MAXIM ]


[ 2017년 10월호 맥심 표지, 故 마광수 헌정 에디션 ]



커피는 맥심이지만, 맥심은 커피가 아니다.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성인이라 할 수 있다.


맥심은 1995년에 영국(!)에서 발매되기 시작, 1997년에 미국, 한국에는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2002년에 처음으로 발행되었다. 여러모로 새빨간 한 해였군, 2002년은. 포스팅을 하면서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에 따르면 맥심은 19금이 아니라 전체이용가다. 하여간 이런 거창한 이름의 위원회는 믿을 게 못된다. 애들이 이걸 보면 무슨 재미를 느낀다고.....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대에서 접하게 되는 남성지다. 군인들에게 인기 폭발! 군인들을 위한 부대에서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전역증을 제시하면 구독권을 할인하는 이벤트도 했다. 이런 걸 보면 독자 파악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저런 사건들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많다. 표지 연출이라던지, 19금 게임을 대놓고 소개한다던지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여전히 한국 남성지의 대표와 같은 이미지를 뽐내고 있다.

어디 한 번 분석해보도록 하자.




[ 위는 모발 이식센터에 대한 글인데, 모를 심는 사진을 깔아두었다. 이 센스란! ]



1. 내용


CIRCUS MAXIMUS : 직역하면 '최대의 곡예' 혹은 '아주 떠들썩한 사람들'이다. 이슈가 될만한 사람들에 대한 칼럼을 싣는다. 랩퍼가 무대에서 사X시 정도는 해줘야 여기에 오를 수 있다.


HOW TO : 어떤 문제나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매너를 만드는 방법, 오피스 실수 처방, 협상 전문가가 알려주는 호갱 탈출법이 실려있다. 말투가 가벼워서 그렇지, 은근히 전문성이 있는 글이다.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FIGHT : 격투기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싸움 동영상 같은 걸 다루기도 했던 것 같다. 남자들이라면 단순한 주먹다짐에 다들 흥미를 보이는 게 아닐까? 어쩐지 액션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더라. 10월 호에는 패배하고 천억 원을 손에 쥔 '코너 맥그리거'가 올라와 있다.


SEX : 맥심에서 제일 좋아하고, 독자들도 좋아하는 콘텐츠가 아닐까. 성(性)에 대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잠자리에 대한 팁이나 미처 몰랐던 성지식에 대한 내용이 주로 여기서 등장한다. 10월 호에는 작업에 도움 되는/안 되는 친구 고르는 법, 모두 다른 남자의 맛, 속옷 패티쉬에 대한 화보집, 예쁜 여자와 섹스하려면? 이 실려있다. 

마지막에 실린 '예쁜 여자와 섹스하려면?' 칼럼은 굉장히 직설적이면서 담백한 글이다. 옆집 형이 술 한 잔 하면서 '여자는 말이야......'하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 제목만 보면 무슨 여자 자빠뜨리는 법을 알려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이상형(理想型)'에 대한 고찰이다. '예쁜 여자'란 무엇이며, 그 미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 그런 심오한 내용이 아주 가볍게 실려있다.


여자는 조건을 보고, 남자는 외모를 본다.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 모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외모만 마냥 쫓는 건, 사실상 본인 취향이 없다고 인정하는 거다. 남들이 정해주는 기준에 따르겠다는 거다. 그건 과시의 용도다. (중략) "외모 졸부가 뭐 어때서?"라고 되물을 수도 있을 거다. 그게 왜 문제가 되냐면, 인생이 재미없어진다. 겨우 육안 안에서의 얼굴과 몸매만 따지니까 "처음 섹스에 브래지어를 벗겼는데 뽕이더라" 같은 데서부터 좌절하는 거다.                              

 - 칼럼 「나는 예쁜 여자가 좋다.」 ... 中






GEAR : 남자들이라면 눈 돌아가는 장비들을 소개한다. 컴퓨터, 핸드폰, 게임기 등등. 자동차는 다른 코너가 따로 존재한다. 빠진 게 아니다.


AGENDA : 의제(議題)라는 뜻으로 어떤 주제를 놓고 의논하는 것을 뜻한다. 어떨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가 나오기도 하지만 10월 호에 실린 '히어로 헬조선 패치 버전'처럼 '히어로가 한국 패치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따위의 시시껄렁한 잡담이 주된 내용인 코너다. 의외로 남자들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 죽자고 달려드는 경우가 꽤 많다.


GAME : 다양한 게임을 소개한다. 모바일, PC, 콘솔까지. 그냥 소개하면 재미가 없는지, 특정한 테마를 정해놓고 게임을 골라오는 방식이 많다. 북한군이 나오는 게임이라거나 아주 오래된 레트로 게임이라거나. 제시한 테마에 맞춰서만 게임을 소개하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 게임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그냥 게임 잡지를 사라고 권하고 싶다.


SPORT : 다양한 스포츠를 다루는데, 가장 많은 내용은 축구가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보지 않기 때문에 항상 건너뛰는 코너기도 하다.


MOTOR : 자동차만 다룬다. 단순히 차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시승기라던가, 독자의 자동차를 가지고 화보 촬영을 하는 식이다. 10월 호에 자동차를 끌고 온 독자는 여성이었다. 나는 처음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째란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거지만, 맥심을 보는 여자들도 은근히 있다. 맥심 에디터들도 인터뷰를 하면서 슬쩍 언급한 적이 있다. 알고 보면 여자 에디터들도 은근히 많은데, 편집장도 여자다.





MAXIM WORLD : 외국 인물의 화보와 인터뷰를 싣는다. 맥심은 한국판과 외국판이 따로 있는데, 이 코너를 외국 맥심에서 그대로 가져와서 번역을 하는 건지, 직접 촬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인터뷰만 보면 직접 촬영을 하는 것 같은데 알 길이 없으니...... 하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제시카 고메즈가 예쁘니까.


MAXIM REPORT : 10월 호에는 말레이시아 타만네가라 정글 체험기가 실렸는데, 무서운 점은 실제 맥심 에디터가 현지에 갔다는 것! 그래서 맥심 리포트다. 한 때 맥심에 이력서를 낼까 고민했었는데 영어 점수가 필요하더라. 왜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 때문이었나...... 역시 영어해서 좋을 게 없다.


MISS MAXIM CONTEST : 맥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맥심 걸'을 선발하는 미인 대회다. 잡지계에 미스코리아라고 하면 될까? 작년에는 촬영 현장이 예능으로 방송되면서 수많은 움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후 화보집까지 냈는데, 올해는 어떠려나?


PARTY : 파티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시끄러운 곳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도 저기서 놀면 무슨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파티에 대한 설명보다 사진 보기에 여념이 없는 부분이다.


SMOKE & DRINK : 담배와 술에 대한 코너인데, 광고와 홍보가 주다


MAXIM INSIDE : 맥심 사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거나, 독자들이 보낸 사연에 에디터들이 답변을 달아주는 내용이 실린다. 에디터들의 센스와 똘끼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코너라고 할 수 있겠다.






광마 마광수 특집 : 헌정 에디션인만큼 故 마광수에 대한 칼럼이 잔뜩 실려있다. 따로 화보까지 촬영하며, 고인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작가 마광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10월 호 맥심을 사면 될 것 같다.


내게 사랑이 오면, 온종일을

그녀와 함께 신나게 변태적으로 보내리

그녀는 고양이 되고, 나는 멍멍개 되어

꽃처럼, 불처럼, 아메바처럼, 송충이처럼

끈적끈적 무시무시 음탕음탕 섹시섹시

서로 물고 빨고 할퀴고 뜯어 온갖 시름 잊으리

사랑은 순간, 사랑은 변덕. 사랑은 오직 꿈!


오오 변태는 즐거워라. 사랑이 오면.

- 「일평생 연애주의」 ...... 中





2. 화보


친근한 사진을 잘 찍는다. 컨셉을 잡고 찍으면 어딘지 모르게 과한 느낌이 많이 든다. 이번 미스 맥심 콘테스트 후보자들 촬영은 코스프레룩으로 이루어졌는데, 예쁘거나 섹시한 것보다는 우스운 느낌이 강했다. 모델의 역량을 떠나서 컨셉이 별로였다는 뜻이다. 마광수 특집으로 실린 「즐거운 사라」의 내용으로 촬영한 화보 역시 과한 느낌이 강해서, '사라'라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느낌이 와닿지는 않는다. 그냥 '야한 여자' 정도 느낌?

'야한'이 붙었다고 기대하지 마라. 잊었나? 이건 전체이용가 잡지다. 수위가 그리 세지는 않다.


반면, 속옷을 주제로 촬영한 엄상미의 화보나, 힙합 팀 XXX와 가수 LUCY의 인터뷰 화보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나왔다. 욕심을 안부리면 잘 나오는 게 아닐까? 라기 보다 일부러 벗기려고 안 하면 잘 나오는 거 같다. 역시 전체이용가 잡지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책 중간에 달력과 함께 커다란 화보가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사라의 화보라서 잘 접어두었다.





파티를 찍은 사진은 위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한 컷, 한 컷에서 파티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촬영한 흔적이 엿보인다. 맥심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즐길 때 그 역량이 발휘되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저 파티 사진 찍을 때 술 한 잔은 했을 거다. 


화보의 퀄리티는 좋지만, 이따금 컨셉을 과하게 잡으면 B급으로 변모하는 느낌이 있다. 나쁘기만 한 건 아닌데, 맥심 자체에서 그런 가벼운 느낌을 즐긴다. 그래서 그리 어색하거나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그냥 얘는 원래 이런 애야, 라며 납득된다. 최고라면 컨셉을 잡고 찍은 사진이 자연스럽게 나왔을 때다. 표지 모델이 펑크가 나서 에디터 뒷태를 찍은 표지가 역대급으로 꼽히기도 하니까, 이게 최고 아닐까? 





3. 개성


맥심의 문체는 가볍다. 이게 좀 미친 것 같다. 답변을 달아주는 말투가 보이나? 저 스타일이 책 전반에 깔려있다. 사진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저 아저씨 냄새 풍기는 말투도 계속 보면 한 번은 피식하게 되어 있다. 은근히 빠져드는 말투다. 


물론,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하다. 무게감이 훌륭하다. 특히 인터뷰를 잘한다.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 재미있고 유쾌하다. 인물에 맞춰서 배려하는 게 인터뷰에서 보인다. 전달하려는 내용도 잘 보여준다. 딱히 인터뷰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친근하다. 해서 맥심의 개성은 문체와 인터뷰에 있다고 생각한다.




4. 총평


우리나라 간판 남성지라고 할 정도의 콘텐츠는 담았다고 생각한다. 가볍고 친근한 분위기로 마치 야한 거 좋아하는 옆집 형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옆집 형은 진짜 좋은 건 혼자 본다. 나한테는 '너는 아직 안 돼'하겠지. 맥심은 그런 형 같은 잡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