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18.01.10 맨부커 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
  2. 2018.01.08 길들일 수 없는 작가 이외수의 초기작 『들개』
  3. 2018.01.07 2018년 새해를 맞이해서 선물하기 좋은 『자문자답』
  4. 2018.01.06 2017 티스토리 결산 "개구리의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5. 2017.12.08 여성의 언어로 쓰여진 잡지 『우먼카인드 Womankind』
  6. 2017.12.07 화폐에 대한 진실,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7. 2017.12.02 오리지널, 그리고 복제에 대해 『시뮬라시옹』
  8. 2017.12.01 맛있는 훗카이도 여행을 그리며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9. 2017.12.01 가치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지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0. 2017.11.08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맨부커 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 '맨부커 문학상'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단연 노벨 문학상이었다. 고은 시인이 수상할지 어떨지 바라보는 게 매년 해왔던 일이기도 했고. 그러나 아쉽게도 고은 시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들 우리나라의 문학이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거나, 번역으로 인해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저평가 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2016년 돌연 맨부커 문학상 수상작이 한국에서 나왔다. 그것도 무려 심사위원 만장일치. 이례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한강의 『채식주의자』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연작소설이다. 


돌연 채식주의자가 되는 영혜를 중심 이야기가 전개되서, 영혜의 몸에 있는 몽고반점에 매료된 그의 형부, 이유를 알 수 없는 동생의 채식주의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언니 인혜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여류 작가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재미가 없다거나 맛 없는 글을 쓴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녀들은 눈 부실 정도로 찬란한 글을 쓴다. 그런데 읽고 있자면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가 있다. 옛날에는 막연하게 내가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들의 작품은 대부분 -아주 당연하게도- 여성의 시점이나 여성을 관찰하는 식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느 정도 작가의 일부, 경험, 사고를 공유한다. 무의식 중에라도 말이다. 남자인 탓에, 나는 여성의 삶을 표면적으로 밖에 모른다.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각을, 나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나는 그녀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숨이 막혔던 것이 아닐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아, 이게 보이지 않는 코르셋이라는 걸까.



맨부커 상을 수상하기 전에, 나는 이미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당시에는 막연히 싫다는 느낌뿐이었다. 다시금 읽어봐도 숨이 막힌다. 장인이 영혜에게 보이는 태도나, 남편의 행실이나, 형부의 파괴적인 예술 행위,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인혜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다. 



"정서방, 영호, 둘이 이쪽으로 와라."

나는 머뭇거리며 아내에게 다가갔다. 뺨에서 피가 비칠 만큼 아내는 세게 맞았다. 그녀는 그제야 평정이 깨진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영혜 팔을 잡아라."

"예?"

"한번만 먹기 시작하면 다시 먹을 거다. 세상천지에, 요즘 고기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 「채식주의자」 中



그는 정 많은 아내의 책임감있는 얼굴을, 숟가락의 약을 쏟을까 조심하며 아들에게 다가가는 신중한 뒷모습을 보았다. 좋은 여자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언제나 좋은 여자였다. 좋기만 한 것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여자였다.


- 「몽고반점」 中



요즘 페미니즘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그에 따라서 문학의 주제로 페미니즘이 사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서점에서 '페미니즘 소설집'이라는 걸 보기도 했다. 굳이 그렇게 드러내지 않아도, 여성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문학은 이미 잔뜩있다. 작품에는 무의식이라도 작가 자신의 일부가 녹아들기에, 여류 작가들의 작품에는 모두 그녀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부디 '페미니즘'을 시끄럽게 운운하는 책보다는 여류작가의 책을 읽기를 바란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고 싶다거나, 여성의 삶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여류작가의 작품을-





길들일 수 없는 작가 이외수의 초기작 『들개』


개인적으로 이외수 작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문학 업적을 많이 남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SNS를 이용한 소통을 가장 잘 하는 작가기도 하다. 젊은 시대를 수용할 줄 아는 늙은 작가의 아우라는 새로우면서 익숙한 느낌이랄까. 최근에 발표한 작품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만 봐도 그렇다. 제목이 어디 노인네가 쓴 글이라고 짐작이나 하겠나. 이외수라는 지은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나는 갓 등단한 작가의 풋내 풍기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악하악』을 봤을 때는 이 노인네는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내용을 보기 전까지는.


이후 그의 작품을 읽어보겠노라 생각하고, 되도록 초기작을 찾아봤다. 『들개』는 이외수의 초기 장편 소설이다.



이야기는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여자와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남자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여자는 비어있는 학원 건물에 몰래 숨어 산다. 남자는 이혼에 직장도 때려치고 나온 빈털털이다. 남자는 그림을 전공했다. 자신만의 순수한 작품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남자는 여자와 같은 건물 2층에 작업실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거 모두 언제 그리신 거예요."

"대학 다닐 때 그린 게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직장을 가진 다음부터 내 그림은 시름시름 병을 앓기 시작했어요. 보십시오. 저쪽 벽에 있는 것들, 뭔가 다르지 않아요?"
"다른데요."

정말이었다. 그가 손가락질한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쳐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들 모두 늑댄가요?"

"늑대가 아닙니다."

"그럼 승냥이?"

"그것도 아닙니다."

"어쩐지 개 같지는 않은데."

"그것들은 갭니다. 그러나 집개가 아니라 들개죠."

"들개?"

"야생견을 말하는 겁니다."


- 이외수의 『들개』 中


남자는 청량음료 회사에 다니면서 광고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야생의 감각을 잃어갔다. 순수하게 그림만을 위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다시 들개를 그리려 한다. 그리고 마침내 남자는.......



분량에 비해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사실, 어떻게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전개와 호흡이 빠르고, 눈에 쉽게 읽히는 문장이다. 책을 읽으면 이외수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이따금 위와 같은 표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에다 뼈를 깎아 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잔잔한 가슴에 돌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조금씩 물결이 쌓이고 쌓여서, 작품이 끝날 쯤엔 거대한 파도가 되어서 가슴으로 쏟아져 내린다.


실력 없는 글쟁이들, 예를 들자면 나 같은 녀석들은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지도 않고 파도를 만들려는 억지를 부린다. 그러면 개연성이 성립하지 않고, 글은 호소력을 잃는다. 알면서도 막상 쓸 때는 잘 되지 않는 일이다. 이걸 자연스럽게 글 속에 녹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한 줄의 시(詩), 한 악장의 심포니, 또는 한 폭의 그림 따위들은 결단코 설명되어 지거나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다만 느끼어지는 것이라고 나는 언제나 고집하며 살아왔었다. 따라서 그 잘나빠진 고교입시나 대학입시용 참고서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복종」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등이 조잡한 이론가들의 녹슨 칼끝에 난도질당해져 있는 것을 보면 차라리 나는 혐오감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시란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아닌 것이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드러내고 허파가 어떠니 콩팥이 어떠니 왈가왈부해봤자 더욱 시에 대한 눈이 멀어져갈 뿐이다. 물론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시란 수사법상 제유법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시를 음악이나 미술로 바꾸어 말한다 해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혹자들은 말한다. 이 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너무 어려운 시야, 라고.


그러나 어려운 것은 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시에 대한 편견이다. 도대체 시를 이해하려 든다는 것부터가 무모하다. 시가 감상되는 것이라는 기초적 상식을 버리고서는 도저히 시에 근접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소설을 쓸 때 언제나 그것을 염두에 둔다. 따라서 내 소설 또한 감상되기를 바라며 결코 설명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되도록이면 언어 자체를 생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추상이 아니라 구상이다. 나는 소설이 단순히 스토리 때문에 읽혀지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언어의 동작들이 가지는 아름다움 때문에 읽혀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언어의 동작이라니, 미친놈이로군,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분들께는 더 이상 말해 드릴 방법이 없다. 그분들은 이미 그분들의 의식 속에서 관념이라는 덮개로 언어를 뒤덮어 질식시켜 버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작가가 말하는 작품세계」 中...이외수 『들개』에 수록


학교를 다니면서 작품에 대해서 공부를 할 때는 언제는 분석을 했다. 이제는 분석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그러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작품을과 마주하면 '그래, 이게 맞지'라는 생각을 한다. 애초에 작품을 분석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 작품은 감상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쯤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서도 가슴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2018년 새해를 맞이해서 선물하기 좋은 『자문자답』

일전에 이야기한 적 있지만, 책은 우리로 하여금 사고하도록 하는 도구다.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때, 우리는 책을 찾는다. 여행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여행 서적, 운동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운동 이론 서적, 경제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경제 서적, 다양한 인간 군상을 탐구하고 스스로를 대입해보기 위해서는 소설을 읽는다. 혹은 반대로 여행 서적을 읽고 여행을 생각하게 되거나, 소설을 읽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탐구하게 된다. 순서는 상관 없다. 확실한 건 책은 우리가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라는 것이다.




출판사 '인디고'에서 출판한 『자문자답』은 제목 그대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도록 만들어졌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보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집단, 단체, 사회에 속할 때는 항상 자신의 욕구보다는 무리의 이익에 따라서 행동을 규제 받게 된다. 학교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복장과 두발의 규제를 받는다. 당최 그게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누구도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지만,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학교가 제시하는 규정에 맞게 단정한 머리를 해야한다. 그렇게 6년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너희 마음대로 해라'는 건, 자유가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를 알아가는 것보다,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삶을 살아가는 건 자기자신인데, 주체를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을까. 물고기에게는 바다 속이, 지렁이에게는 흙 속이 안정적인 삶의 조건이다. 우선 자기가 물고기인지 지렁이인지 알아야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자문자답』은 우리가 우리로 하여금 물고기인지 지렁이인지 아니면 어떤 인간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자문자답』은 총 100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 아래에는 답변을 하는 방법, TIP이 적혀있다. 이를 토대로 질문에 충실히 답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엄청 심오한 질문만 있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 분야에서 많이들 하는 말이지만 Simple is Best다. 의외로 간단한 질문이 더 많은 생각을 요구하기도 한다.


근래에 일본 훗카이도에 다녀온 나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 삿포로 클래식. 한 잔만 마시면 누워서 푹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때문에 혼자 살 수는 없다. 주위의 다양하고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간다. 당신 곁에도 누군가 있다. 그들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당신에게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다.





사실, 『자문자답』은 책이 아니라 다이어리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로 하여금 사고하도록 만드는 도구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자문자답』은 분명히 우리에게 자기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주위 자기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 혹은 당신 스스로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질문을 읽고 답을 적으면서, 자신 안에 자기를 채워가는 2018년이 되기를-




2017 티스토리 결산 "개구리의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티스토리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처음으로 블로그 결산을 하는 거다. 원래 이런 걸 매년 해줬던 건가.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할 때는 이런 시스템이 없었는데, 이럴 때 보면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애드센스 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애초에 뜨문뜨문 포스팅을 올린 터라,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신 3000명의 방문자들께 감사드린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뿌듯한 일이다. 다른 분들은 50만, 100만 방문이라는데, 애초에 포스팅 숫자부터 격이 다르다. 조급하지 말고 꾸준히 포스팅을 이어가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 포스팅 중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글이 남성지 『크레이지 자이언트』에 대한 분석 글이었다.

처음 남성지 분석 포스팅을 시작했을 때는 '맥심'이 압도적이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그런 의미로 1월 성인 남성지 성향 분석을 한 번 더 올리도록 하겠다.


모쪼록 무탈하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무술년 보내시기를-





여성의 언어로 쓰여진 잡지 『우먼카인드 Womankind』



서점에 가면 잡지 코너는 항상 들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월간지는 눈에 익다. 내용을 안 봤어도 이름은 알고 있는 잡지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 처음 보는 녀석이 있어서 집어왔다. 여성의 언어로 세상을 말한다는 잡지 『우먼카인드 Womankind』다. 2014년 호주에서 창간되었으며, 2017년 11월에 한국 창간호가 출판됐다.


근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게, 이 잡지의 창간에 한 몫했으리라 짐작한다.





『우먼카인드 Womankind』는 문화, 철학, 역사, 심리학 등에서 논의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포괄적이지만 집중적이고 담백하다. 일러스트나 사진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훌륭한 사진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대한 즐거움은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잡지다. 실려있는 글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이렇게 맛있는 글을 잡지에서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히 단언컨데, 이 잡지에 기고하는 여성들의 글은 맛이 있다.





에스테스의 야성 치료는 늑대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에스테스가 보기에 늑대는 여성과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불손하고... 천성적으로 위험하고 탐욕스럽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옛이야기 속 늑대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될 무자비하고 음흉한 악당이다. 여성들 역시 주로 사악한 마녀나 심술궃은 계모, 아둔한 매춘부 따위로 그려졌다. 하지만 현실은 꽤 다르다.

"건강한 늑대와 여성은 예민한 감각, 명랑한 영혼, 강인한 희생정신 등 정신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오한 직감을 지녔고, 혈육, 짝, 무리를 끔찍이 아낀다는 점도 서로 닮았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늑대와 여성은 핍박과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잡지를 읽으면서 담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제 보니 광고가 하나 없다.


『우먼카인드 Womankind』는 광고 없이 발행되는 잡지다. 놀라울 따름이다. 다른 잡지를 비롯한 간행물들이 얼마나 많은 광고로 운영되고 있는 지 생각하면 말이다. 이들은 순전히 잡지 내용에 충실하여 분량을 채운다. 이것만 봐도 이 잡지를 읽어볼 가치가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할 때는, 분명 색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성을 위한 잡지라고 하지는 않겠다.


애초에 인간은 두 개의 성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고, 우리는 서로를 안고 가야할 운명을 타고 났다. 오히려 남성들에게 이 책을 더 권하고 싶다. 얼빠지고 터무니없는 여성 인권을 외치며 잘못된 페미니즘에 진절머리가 난 남성이라면 더더욱, 이 잡지를 읽어보시길. 『우먼카인드 Womankind』는 페미니즘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스스로 여성의 인권을 드높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잡지다.


진짜 페미니즘이 뭔지 알고 싶은 사람, 혹은 왜곡된 페미니즘에 지친 사람에게 추천한다.






화폐에 대한 진실,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언제부터인가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쉬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최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인가 몰랐는데,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친 듯한 가격 폭등으로 1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금도 상승세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코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양하게 늘어선 코인들 중에 어떤 것에 투자를 해야 할 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대체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비트코인이라고 하는 게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왔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아직 비트코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책을 통해 내가 알아낸 사실을 추려보면 이렇다.


1. 비트코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전자화폐다.

2. 전자화폐는 해킹과 복제에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3.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 Block Chain' 기술이 등장한다.

4. 블록체인은 '분산 장부 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다.

5. 장부의 내용, 내역을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일괄적으로 기록한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특정 장부를 해킹했다 가정해도, 다른 장부의 내용과 불일치하기 때문에 사용을 불가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연결된 모든 장부를 해킹해야 하는데, 그런 연산을 불가능하다.

6. 5와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은 전자화폐이면서도 안전을 보증한다.

7. 5와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을 '암호화폐 Cryptocurrency'라 부른다.

8. 비트코인은 은행 같은 중간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지극히 적다.

9. 아프리카와 같이 은행이 많이 설립되지 않은 국가에서 특히 장점이 두드러진다.

10. 미국, 영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시중에서 이미 비트코인을 사용 중이다.

11. 스위스에는 비트코인을 현금화 시켜주는 ATM도 존재한다.


책은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화폐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화폐란 특정 집단, 국가, 정부에 의해서 조작될 수 있는 불안정한 가치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리지 않다. 화폐란 인간들이 사회를 구축하고 서로 약속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미처 알지 못했던 화폐의 허상을 낯낯이 파헤친다. 이를 비트코인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의 월등함을 말하고 있다.


거의 찬양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저자의 생각에는 일부 동의한다.


암호화폐는 전망이 좋고, 앞으로 꾸준히 개발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용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에 대해 너무 긍정적인 내용만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책에서 비트코인을 금화, 금과 비교한다. 금은 제한되어 있는 재화이기 때문에 정부나 국가가 멋대로 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때문에 금은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비트코인도 금과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40년까지 2,100만의 수량만 채굴된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대체 '어디서부터 비트코인이 등장했느냐'였다.


2008년 10월 31일 저녁 '비트코인 :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이 암호화 기술 커뮤니티 메인(Gmane)에 등재됐다. 그리고 2009년 1월 3일. 논문으로만 존재하던 비트코인이 구현되었다. 비트코인은 채굴 시간이 기록되는 기술, 타임 스탬프가 있다. 제 1호 비트코인에는 2009년 1월 3일 오후 6시 15분 5초라는 시간이 찍혀있다. 이 사람이 바로 비트코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다.


그러나 아무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비트코인의 기술을 유지, 보수하던 개발자들과의 접촉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2011년에 잠적해버린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의 정체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즉,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잠적은 어디에도 통제 받지 않는 화폐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석하지만, 미심쩍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래서야 2,100만의 수량이 진짜인지, 과연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안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개발자가 나타나 전부 백지화시켜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기술적으로 접근했을 때, 블록체인은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우에는 말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에서 지갑을 만들기만 하면 누구나 접할 수 있다. 남녀노소. 헌데 그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돈이 된다는 말에 혹해서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해야 한다며 떠들고 있다. 그 실체도 파악하지 못한 채 말이다. 불나방이 따로 없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과 같은 폭등 현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하다. 누군가는 크게 벌었지만, 누군가는 크게 잃었다. High Risk High Return. 이 사실을 알고도 뛰어든다면 상관이 없다.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불에 몸을 태우는 일이 없기를.


투자 / 제태크 분야에서 이 책을 찾을 수 있지만, 실상 비트코인 투자법에 대한 설명은 없다. 화폐의 실상과,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암호화폐가 훌륭한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치를 쫓는 게 아니다. 발상을 전환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허황된 미래보다 새로운 미래를 바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오리지널, 그리고 복제에 대해 『시뮬라시옹』



이론서나 철학서는 언제나 긴장한 상태로 읽게 된다. 어느 한 순간 내용에 심취하여, 마치 책의 내용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맹목적이고 광적인 믿음은 언제나 위험하다. 이성은 항상 의심하라 말한다. 때문에 이런 책을 접할 때는 이성을 칼 같이 갈아두고 읽어야 한다. 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내 세계를 보다 강하고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 말이다.


책 제목인 '시뮬라시옹'은 Simulation 시뮬레이션의 불어 발음이다. 시뮬레이션으로 표기되지만, 갖고 있는 의미가 다르다. 사전을 찾아도 '시뮬라시옹 이론'이 따로 나와 있다. 이 책은 시뮬라시옹 이론을 담고 있는 이론서다. 원제는 『Simulacres & Simulation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이다. 


'시뮬라시옹'이란 '시뮬라크르'의 동사형, 즉 '시뮬라크르 하기'이다. 그렇다면 우선 시뮬라크르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의미가 복제나 위조, 모방과 겹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 원본 이미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시뮬라크르의 이미지에 지배 당하게 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인공물. 그게 시뮬라크르다. 책에서는 이 내용을 설명하면서 현대 전쟁을 예로 든다. 


미사일 발사는 화면이라는 컴퓨터로 보면서 하지 실제 미사일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보면서 하지 않는다. 이때 시뮬라크르인 화면상의 미사일 궤도는 실제 탄의 궤도일 것이며, 더 나아가 실제 탄이 목표에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는 이제는 중요치도 않게 되어버렸다. 결국 시뮬라크르는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것이다.

- 『시뮬라시옹』 中


 





무슨 말인지 난해할 뿐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고, 읽고, 읽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형광펜을 꺼내들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다. 여전히 내게는 난해한 이론이지만, 어렴풋이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책에 있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건 욕심이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사용하는 방법에서 이야기했듯, 책 본연의 목적은 '사고를 하게 하는 것'이지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 책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된 독서를 한 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독서가 당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면, 충분히 훌륭한 독서를 한 거다.





본문보다 각주 내용이 더 길다.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순간 지나가면 본문을 읽는 건지, 각주를 읽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사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영화에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 대해 분석문을 쓰기 위해서 처음 이 이론을 접했다. 『매트릭스』의 제작자 워쇼스키 형제(남매)는 『시뮬라시옹』을 모티프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주연 배우들에게는 직접 이 책을 건네주고 읽도록 했다. 영화에서는 '매트릭스'라는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가상 세계. 시뮬라크르. 해서 이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뮬라시옹』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영화 초반, 해커로 활동하며 복제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이다.

판매하는 복제 프로그램을 보관해둔 저 책의 제목이 보이는가? 바로 이 『시뮬라시옹』이다. 이 영화는 시뮬라시옹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분석하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매트릭스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분석을 했다. 단순히 영화적인 관점부터 시작해서 종교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이도 있다. 충분히 근거가 있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분석들이 많지만, 그래도 나는 시뮬라시옹을 빼놓고 이 영화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시뮬라시옹』의 저자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이론은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적으로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느낄 때 『매트릭스』는 그의 이론에 충실한 면이 많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리뷰를 쓸 예정이다. (그렇지만 분석문을 쓰는 일은 언제나 피곤한 작업이기 때문에......)





가상세계와 현실. 실제와 부제. 오리지널과 복제. 이에 대해 심오한 생각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나처럼 영화 『매트릭스』의 분석문, 논문을 써야 할 학도들에게도.


맛있는 훗카이도 여행을 그리며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미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에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뿐, 이라는 말에 담긴 뜻은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은 모두 소화가 되지만, 사진은 남는다'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면 항상 현지 음식을 먹는 편이다. 라면을 싸 가거나 고추장을 챙겨가는 건 가방에 자리만 차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은 먹는 것이다. 음식의 재료나 간, 형태 같은 것만 봐도 지방의 특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거나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음식을 먹으면 그 문화를 몸 속 깊이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역사나 언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난다. 그러니 음식이라도 먹어야 한다. 진정한 여행은 현지의 음식을 먹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올해 2월에 삿포로를 다녀왔다. 도쿄나 오사카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삿포로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해서 이번 달(12월)에 다시 한 번 훗카이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오예!


삿포로에서 먹은 것들은 하나 같이 다 맛있었다. 사전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않은 식사가 없었다. 특히 해산물 요리는 일품이다. 포장해서 판매하는 초밥이, 우리나라 어지간한 초밥집 보다 맛있다. 방문했던 온천에 유명한 인도 커리 식당이 있었다. 난 아직도 그 커리 맛을 잊지 못한다.


워낙 먹거리가 많다보니 이번에는 조금 알아보고 가기로 했다. 이왕 먹을 거 제대로 먹으면 좋지 않은가. 해서 이 책을 샀다.





지은이 김윤지(지니어스 덕)는 일본 유학 시절에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을 하나 씩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현지에서 생활했던 사람의 개인적인 감상이 소소하게 적혀있다. 광고 블로그에서 무조건 추천하는 그런 글이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평을 써내려간다. 읽고 있으면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는 글이다.





작가가 그린 음식 일러스트가 중간 중간 등장한다. 보고 있노라면 당장 저 가게로 쳐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배가 고파지는 책이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삿포로는 매년 디저트 대회가 열릴 정도로 디저트 음식이 발달된 곳이라고 한다. 미처 몰랐던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훗카이도는 일 년 중 6개월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 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분, 당분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이런 디저트 음식이 발달하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겨울에 나오는 간식들, 예를 들면 붕어빵 같은 것만 생각해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고 당분의 고 칼로리.


이것 보시라. 음식만 알아보는 것으로도 지역의 특색을 알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먹어야 한다!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다!





훗카이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맛있는 여행을 그려보시길♡



(Ps. 살이 찌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즐기세요.)


가치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지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014년에 출시된 이 인문학 도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인문학 코너 베스트에 꽂혀있다.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몇 페이지 훑어보고 바로 업어온 책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전부 읽지 못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 읽었는지 어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왜인지 이런 책은 조금씩 조금씩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잡고 펼치는 부분부터 읽어서 그런 것 같다. 나만 그런가?


쉽게 들고, 쉽게 펼치고, 쉽게 덮는 게 가능한 책이다.


담고 있는 내용을 감안하면 쉽게 들리지도, 펼쳐지지도 않을 것 같지만 굉장히 가벼운 책이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가 가능하다. 안에 담긴 내용은 훌륭하다.





총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는 현실에 맞닿아 있는 주제고,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는 현실 너머의 문제를 다루는 주제다. 여기에 있는 주제를 전부 섭렵하고 관심 갖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나 같은 경우는 현실 너머의 문제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에 맞닿아 있는 주제는 별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나 같이 눈을 돌린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내용을 풀어두었다.


순서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중요한 뼈대를 순차적으로 배치해두었다. 처음 읽을 때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를 권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내용이 끝날 때면 최종 정리를 통해서 이해를 도와준다. 역으로 최종 정리를 먼저 읽은 후에 앞에 내용을 더듬어가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종 정리를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책을 다시 읽으면 된다.





이 책이 당신이 살아갈 인생의 편리한 지도가 되길 바란다.

이 지도를 들고서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대화하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의 의미와 깊이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빛을 낸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中



우리는 책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우지만 그것만으로 가치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가치는 언제나 책 밖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당신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도록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지도가 될 수 있다.

당장 이 지도를 얻으러 가시라.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단기간이지만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Q :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A : 책을 친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집어던지든, 낙서를 하든, 씹어 먹든. 일단 책을 낯설어하면 펼쳐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친근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이면 백, 독서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두게 된다. 이건 경험이기도 하다. 팁을 하나 제안하자면,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마라. 대신 책을 가까이두고 심심하게 만들어라.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책을 집게 될 것이다.



Q : 폰을 사줬더니, 손에서 폰을 놓질 않아요.


A : 당연한 일이다. 폰이 제공하는 미디어, 게임 등은 쉬운 자극제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화면에서 뿅뿅 하며 화려한 이펙트가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책은 느린 자극제다. 천천히 읽고, 읽어서 끝을 봐야 비로소 자극이 서서히 올라온다.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굉장하지만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극히 소소한 즐거움이다. 게임은 금방 빠지지만, 독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인내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책을 읽게끔 해도, 효과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거다. 나쁜 건 바로 보이고, 좋은 건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인내해야 한다.



Q : 만화책만 읽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A :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에 감사하자. 대개 학부모가 말하는 만화책이란, 교육용으로 제작된 Why 시리즈, 마법 천자문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책들은 만화책 수준에 끼지도 못한다. 아이가 만화책방에서나 볼 수 있을 일본 만화를 보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일본 만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 시리즈를 다 읽었으면 다른 장르의 교육 만화책을 사주면 된다. 필자는 삼국지, 초한지 같은 중국 역사를 만화로 읽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말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80여권이 넘는 책을 여덟 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토론 수업 때, 논파(論破)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화책도 만화책 나름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르의 교육 만화를 찾으면 된다. 책을 손에서 놓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Q : 책을 훑어 보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읽어서 정작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A : 독서는 책을 외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책의 용도가 그런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책 내용 기억을 운운하는 건, 주입식 교육에서 문제를 풀 때나 하는 짓이다. 아이가 책을 읽었다면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묻는 대신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편이 좋다. 아이가 다시금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이다. 애초에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만약, 아이가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뇌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게 틀림없으니, 반드시 검사를 받아라.



Q : 애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 애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해라. 서점에 가서 애들 책을 고르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라. 애들 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애들이 안다. 부디 아는 척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라.



외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만 적었다.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기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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