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텍의 옛날 이야기 『여기 모닥불가에 앉으세요』



헌 책방은 언제나 신비로운 곳이다. 케케묵은 책들이 지나온 시간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 거리는 걸 느낀다. 그러면 한참 동안 책과 책 사이를 누비며 헌 책방에서 새로운 책을 찾는다. 그 시간이 또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다. 그런 시간이, 좋다.


이 책은 헌 책방에서 찾은 새로운 책이다.

아스텍 문명의 계승자가 들려주는 29가지 지혜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으레 옛날 이야기라고 하는 건 교훈이 들어가 있는 법이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후세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봐도 권선징악(勸善懲惡) 같은 뚜렷한 교훈이 있지 않은가. 문화가 다른만큼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단순한 권선징악에서 그치지 않는다.





옛날에 아주 화창한 날 숲 속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불렀고 개구리들은 연못가에서 꽥꽥 울어댔고 귀뚜라미들은 풀숲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었습니다. 방울뱀 한 마리가 숲 속으로 통하는 작은 길을 기어가 햇빛 속에서 몸을 따듯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방울뱀은 몸을 둘둘 말고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주위는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길 가던 한 남자가 잠들어 있는 방울뱀을 보고 곧장 뱀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가 무거운 돌을 하나 집어들고 막 뱀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을 때 뱀이 깨어났습니다. "형제님, 왜 나를 죽이려는 거죠? 난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너는 독이 있으니 죽어야 해!"

남자가 소리 질렀습니다.

"하지만 형제님, 내가 비록 독이 있긴 하지만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하는 걸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네가 나를 죽인다고?"

남자가 웃었습니다.

"나는 인간이고 너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세. 그리고 난 이 돌을 갖고 있고 이걸로 널 죽일 거다."

"형제님, 마지막으로 부탁해요."

뱀이 말했습니다.

"나를 해치지 마세요. 그러면 나도 당신을 해치지 않을게요."

"나는 뱀 따위의 형제가 아니야."

그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넌 죽어야 해. 그것도 지금 즉시 말이지!"


그리고 남자는 돌로 뱀을 치려고 팔을 높게 쳐들었습니다. 그 순간 뱀은 재빨리 뛰어올라 순식간에 남자의 목을 물었습니다. 남자는 즉시 바닥에 쓰러졌고 죽어가면서 뱀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제님, 당신이 내 말을 듣고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한테 아무 일도 없었을 거고 당신은 오래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방울뱀은 따뜻한 햇살 속에서 다시 몸을 둘둘 말고선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날 숲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는 것과 살게 내버려두는 것」 전문





내용이 재미있지 않나?

잠이 오지 않는 밤, 조용히 펼쳐두고 모닥불 앞에 앉아 이름 모를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