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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3 다시 일어서기 위한 잡지 『빅 이슈 The Big Issue』

다시 일어서기 위한 잡지 『빅 이슈 The Big Issue』

1991년 영국에서 독특한 잡지가 창간된다.


이 잡지에 실리는 모델들은 모델료나 원고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순수한 재능기부다. 이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자들은 모두 홈리스(노숙자)다. 잡지의 취지는 홈리스들에게 자활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최초 교육시 10부를 무료로 제공한다. 1부 당 5,000원으로, 10부 모두 판매하면 5만원이 된다. 이를 기초자금으로 다시 빅이슈를 구매하고 판매한다. 2주간 임시 판매원으로 성실하게 임하면 정식 판매자, 일명 '빅판'이 된다. '빅판'은 주거복지재단과 각 지역 쉼터 복지시설에서 후원하는 임대주택, 거주지 등을 지원 받게된다. 현재 10개국에서 14종의 언어로 발행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격주로 발간, 호당 1만부를 판매하고 있는 이 취지 아름다운 잡지가 바로 『빅이슈』다.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노래를 부르며 행인들의 이목을 끌어내던 용기있는 '빅판'에게서 구매한 2018년도 1월호다.


서울과 대전, 부산 정도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타 지역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접하는 게 쉽지 않다. 이따금 보일 때면 반가운 마음으로 한 부 씩 산다. 빅판들을 보면 하나 같이 활기를 띈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힘이 되기 때문에 잡지를 사는 게 아니라,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힘을 주기 때문에 잡지를 산다. 감사하다.


취지만 좋은 책이 아니다.


내용이 담백하다. 칼럼이나 사진이 다른 유명 잡지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 게다가 광고가 많이 없어서 난잡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칼럼을 기고하는 에디터들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당장 잡지를 여는 편집장의 글부터 날카롭다.


마땅히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럼에도 입 밖에 내놓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 이는 강자에 의해 쓰여진 역사가 무수히 반복되는 동안, 소외받고 핍박받던 약자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빅이슈》는 이를 외면하지 않겠다. 2018년에도 지면을 할애해 여전히 부조리한 세상과 불평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비정상적인 일을 상식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세상을 뜯어고치려는 거창한 포부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어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새롭게 만나는 2018년 무술년에 당당하고 떳떳하고 싶어서다.


-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박현민의 「2018, 어쩌면 한낱 숫자」 中



인터뷰도 깔끔하게 진행한다.


질문에서부터 인터뷰이에 대해 얼마나 알아왔는지 알 수 있다.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이에 대해 알아두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쓸데없는 질문을 줄이고, 보다 핵심적이고 진중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알아온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과, 전혀 알아보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더 기분이 좋겠는가. 가장 기본적이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 잡지는 기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다. 


류준열과의 인터뷰 제목을 「HAPPY NEW 준열」이라고 지었다. 센스가 탁월하지 않나?



- 아버지와 해외 축구 여행을 떠나는 꿈을 이뤘다. 또 다른 바람은 없나?


- 축구도 좋아하고, 위닝도 좋아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인 것 같은데.


- 최근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ISC(환경 감시선 활동을 위한 기본 교육)'를 이수하고 왔다. 이 역시 그러한 맥락인가? 좋아서 하는 일.


- 1월 초에는 컴패션(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과 관련해 케냐로 떠난다 들었다.



인터뷰어의 질문 몇 가지를 가져왔다.


모두 인터뷰이의 대답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다. 아버지랑 해외 축구 여행을 다녀왔다던가, 위닝을 좋아한다던가, ISC를 이수했다던가, 컴패션 관련해서 케냐로 떠난다던가 하는 내용들은 인터뷰어가 사전에 조사를 통해서 알았을 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독자로 하여금 위화감 없이 정보 전달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수준 높은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직접 인터뷰를 해보면 알겠지만, 당연해 보이는 이런 게 사실 제일 어렵고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잡지의 성향상 소외되어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프로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아마추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잡지는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다. 길에서 활기찬 얼굴로 이 잡지를 판매하고 있는 빅판을 보면, 나처럼 그들에게서 삶을 살아가는 생기를 조금이라도 나눠 받았다면, 주저 말고 5,000원 한 장 꺼내서 써라.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책이며, 당신의 행동은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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