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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0 맨부커 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 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 '맨부커 문학상'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단연 노벨 문학상이었다. 고은 시인이 수상할지 어떨지 바라보는 게 매년 해왔던 일이기도 했고. 그러나 아쉽게도 고은 시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들 우리나라의 문학이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거나, 번역으로 인해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저평가 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2016년 돌연 맨부커 문학상 수상작이 한국에서 나왔다. 그것도 무려 심사위원 만장일치. 이례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한강의 『채식주의자』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연작소설이다. 


돌연 채식주의자가 되는 영혜를 중심 이야기가 전개되서, 영혜의 몸에 있는 몽고반점에 매료된 그의 형부, 이유를 알 수 없는 동생의 채식주의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언니 인혜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여류 작가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재미가 없다거나 맛 없는 글을 쓴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녀들은 눈 부실 정도로 찬란한 글을 쓴다. 그런데 읽고 있자면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가 있다. 옛날에는 막연하게 내가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들의 작품은 대부분 -아주 당연하게도- 여성의 시점이나 여성을 관찰하는 식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느 정도 작가의 일부, 경험, 사고를 공유한다. 무의식 중에라도 말이다. 남자인 탓에, 나는 여성의 삶을 표면적으로 밖에 모른다.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각을, 나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나는 그녀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숨이 막혔던 것이 아닐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아, 이게 보이지 않는 코르셋이라는 걸까.



맨부커 상을 수상하기 전에, 나는 이미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당시에는 막연히 싫다는 느낌뿐이었다. 다시금 읽어봐도 숨이 막힌다. 장인이 영혜에게 보이는 태도나, 남편의 행실이나, 형부의 파괴적인 예술 행위,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인혜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다. 



"정서방, 영호, 둘이 이쪽으로 와라."

나는 머뭇거리며 아내에게 다가갔다. 뺨에서 피가 비칠 만큼 아내는 세게 맞았다. 그녀는 그제야 평정이 깨진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영혜 팔을 잡아라."

"예?"

"한번만 먹기 시작하면 다시 먹을 거다. 세상천지에, 요즘 고기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 「채식주의자」 中



그는 정 많은 아내의 책임감있는 얼굴을, 숟가락의 약을 쏟을까 조심하며 아들에게 다가가는 신중한 뒷모습을 보았다. 좋은 여자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언제나 좋은 여자였다. 좋기만 한 것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여자였다.


- 「몽고반점」 中



요즘 페미니즘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그에 따라서 문학의 주제로 페미니즘이 사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서점에서 '페미니즘 소설집'이라는 걸 보기도 했다. 굳이 그렇게 드러내지 않아도, 여성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문학은 이미 잔뜩있다. 작품에는 무의식이라도 작가 자신의 일부가 녹아들기에, 여류 작가들의 작품에는 모두 그녀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부디 '페미니즘'을 시끄럽게 운운하는 책보다는 여류작가의 책을 읽기를 바란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고 싶다거나, 여성의 삶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여류작가의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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