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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20 사랑스런 빨간 머리 소녀 『빨간머리 앤』

사랑스런 빨간 머리 소녀 『빨간머리 앤』


어린 시절 만화로 먼저 읽었던 작품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이야기는 원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렵고 너무 긴 이야기가 많다. 『빨간머리 앤』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에는 아주 짧은 이야기로만 기억되고 있다. 아주 몇 개의 에피소드만 실려있었다. 본디 이렇게 길고 긴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이 책을 비롯해서 어린 시절 우리가 읽었던 책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동화를 원본으로 읽는 일은 새롭고 익숙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이 출판사의 책을 산 이유는 동화를 다시 읽고 싶다는 것보다는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출판사 인디고 INDIGO는 다양한 시리즈의 책, 주로 어렸을 때 읽으면 좋을, 읽었을 법한 책을 펴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개성있는 일러스트를 삽입한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나 『오즈의 마법사』, 『키다리 아저씨』 등등. 모두 일러스트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예쁜 삽화로 가득하다. 인디고는 이 점을 이용해서 다이어리나 노트, 텀블러 같은 굿즈를 생산하여 판매한다. 인사동 쌈짓길에 가면 판매점이 있으니, 인디고 출판사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방문해도 좋다.


나는 거기서 십 여 만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했.......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앤을 읽다보면 스스로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느끼게 된다.


어렸을 때는 앤의 행동을 보면서 뭔가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으레 그렇게 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면 이 빨간 머리 소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아, 희망 하나가 또 사라졌네요. 제 인생은 그야말로 희망이 묻힌 묘지예요. 이건 언젠가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요. 무언가 실망할 때마다 되풀이해서 말하며 위안을 얻곤 해요."

"그게 어떻게 위로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뭐랄까, 마치 제가 책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근사하고 낭만적으로 들리거든요. 전 낭만적인 것을 아주 좋아해요. 희망이 묻힌 묘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인 말이잖아요, 안 그래요? 제가 그렇다는 게 오히려 기쁠 정도예요. 오늘도 반짝이는 호수를 지나가나요?"

"베리 연못 쪽으론 가지 않는다. 반짝이는 호수라는 게 그 연못을 두고 하는 소리라면 말이다. 우린 바닷가 길로 갈 거야."


"어머, 모르세요, 아주머니?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다고요. 제가 그 한계까지 간다면 더 이상 실수 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놓여요."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나는 앤에게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앤의 시리즈가 더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선물 상자를 다시 열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 나처럼 인디고의 일러스트에 반한 이들에게도- 내가 유일하게 출판사를 기준으로 수집하고 있는 책들이다. 언젠가 내가 가지고 있는 인디고 책 모두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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