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해당되는 글 41건

  1. 2018.01.01 영화 『매트릭스』분석 : 2. 시뮬라시옹(Simulation)의 시작
  2. 2017.12.07 화폐에 대한 진실,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3. 2017.12.04 영화 『매트릭스』분석 : 들어가며
  4. 2017.12.02 오리지널, 그리고 복제에 대해 『시뮬라시옹』
  5. 2017.12.01 맛있는 훗카이도 여행을 그리며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6. 2017.12.01 가치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지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7. 2017.11.08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8. 2017.11.08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9. 2017.11.02 죽어도 죽을 수 없는 남자 『울버린 : 올드맨 로건』
  10. 2017.11.01 아스텍의 옛날 이야기 『여기 모닥불가에 앉으세요』

영화 『매트릭스』분석 : 2. 시뮬라시옹(Simulation)의 시작

시뮬라시옹 Simulation은 원형을 복제하는 현상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복제를 '시뮬라크르 Simulacre'라고 한다. 영화에서 참고한 내용은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지만, 사실 시뮬라크르는 훨씬 오래 전에 제시되었던 철학 개념이다. 그 기원은 고대 그리스까지 올라간다.


시뮬라크르는 원래 플라톤에 의해 정의된 개념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원형인 이데아, 복제물인 현실, 복제의 복제물인 시뮬라크르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현실은 인간의 삶 자체가 복제물이고, 시뮬라크르는 복제물을 다시 복제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복제란 있을 수 없다. 사진을 찍을 때, 모델의 겉모습은 사진에 그대로 나타나지만 사진을 찍는 바로 그 순간의 모델의 진짜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적인 시점에 모델의 마음 속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생각·느낌까지 사진에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제되면 복제될수록 진짜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이 때문에 플라톤은 시뮬라크르를 한 순간도 자기 동일로 있을 수 없는 존재, 곧 지금 여기에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 하여 전혀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았다. 시뮬라크르를 정의할 때, 최초의 한 모델에서 시작된 복제가 자꾸 거듭되어 나중에는 최초의 모델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바뀐 복사물을 의미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들뢰즈는 역사적인 큰 사건이 아니라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즉 순간적이고 지속성과 자기 동일성이 없으면서도 인간의 삶에 변화와 의미를 줄 수 있는 각각의 사건을 시뮬라크로로 규정하고, 여기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였다. 들뢰즈는 이를 '사건의 존재론'으로 설명하는데, 그가 말한 시뮬라크르는 위의 시뮬라크르 개념과 다르다.

들뢰즈가 생각하는 시뮬라크르는 단순한 복제의 복제물이 아니라, 이전의 모델이나 모델을 복제한 복제물과는 전혀 다른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모델의 진짜 모습을 복제하려 하지만, 복제하면 할수록 모델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단순한 복제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는 모델과 같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신의 공간을 창조해 가는 역동성과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흉내나 가짜(복제물)와는 확연히 구분된다.[각주:1]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시뮬라크르를 현대적으로 해석했지만, 들뢰즈가 말한 '모델과 같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신의 공간을 창조해 가는 역동성과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성질은 여전히 지니고 있다.


워쇼스키 형제(남매)는 영화에서 그 성질을 보여주기 위해 '스미스'라는 인물을 설정했다. 네오가 원형이라면, 스미스는 시뮬라시옹이자 시뮬라크르다.




- 네오를 찾고 있다.

- 그런 사람 몰라.

- 전해줄 게 있어. 선물이지. 내게 자유를 줬거든.

- 알았으니까 꺼져![각주:2]



- 누구였지?

- 어떻게 알았어요?

- 이걸 줬어요. 당신이 자유를 줬다고 했어요.[각주:3]



인이어는 요원들이 항상 귀에 꽂고 다니는 물건이며, 통제를 상징한다. 요원은 인이어를 통해 매트릭스 시스템의 통제를 받는다. 스미스가 인이어를 뺐다는 건, 더 이상 시스템의 통제를 받지 않음을 의미한다.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점에서 스미스는 네오와 동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스미스가 네오와 두드러지게 다른 것은 스스로를 복제한다는 사실이다. 스미스는 끊임 없이 스스로를 복제한다. 동일 개체의 재생산이다. 동일 개체는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재생산을 보았다. 전편에서 네오가 스미스 속으로 들어가 매트릭스 내에 존재하는 자신의 신체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네오와 스미스 모두 자기 스스로를 다시금 만들어내는 재생산을 보여줬지만,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


네오는 스미스의 안에서부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탄생한다. 밝은 빛을 발하며 알처럼 껍질(스미스)을 쪼개고 밖으로 나온다. 반대로,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스미스의 재생산은 검은 액체가 대상의 몸을 뒤덮으면서 일어난다. 외부에서부터 시작되는 재생산이다. 이는 눈에 보이는 형체를 따라하는 것에 불과하다. 네오는 안에서부터 밖으로 자기 자신을 형성시키고 표출하는 재생산이고, 스미스는 밖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덮어씌우는 재생산이라는 점,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을 복제한다는 점에서 둘의 재생산은 차이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네오는 재생산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존재(원형)로 탄생하지만, 스미스는 개체 수를 늘리기만 한다. 그 모습은 암세포와 같다. 이 표현은 이후에도 영화에서 스미스를 묘사할 때 쓰인다.





시온에서 모피어스의 연설이 끝난 후, 사람들은 광란의 파티를 벌인다. 그 모습은 성적으로 묘사될 뿐만 아니라, 네오와 트리니티의 섹스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섹스는 인간의 번식을 위한 행위이기만, 굉장히 비효율적인 생산 방식이다. 두 사람의 유전자 결합에서 열성(劣性)이 태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동일개체의 동일 증식, 그러니까 스미스처럼 자기 스스로를 계속해서 늘려가는 것에는 어떠한 위험도 지니지 않는다. 열성은 배제하고 우성(優性)이 보장되는 번식(재생산) 방법이다.


공장을 떠올려보자. 수많은 사람이 바느질을 하는 것과 정밀한 기계가 바느질을 하는 것의 차이다. 사람의 바느질은 제각각이며 이따금 실수도 일어날 수 있다. 기계의 바느질은 일정하며 실수를 최소화한다. 이와 같이 효율성을 따졌을 때, 섹스는 비효율적인 생산 방식이다. 


암은 전체적인 유기적 법칙을 고려하지 않고, 기본세포의 무한번식을 지시한다. 동일 증식도 마찬가지이다. 아무것도 더 이상 동일한 것의 연장에, 하나의 유일 모체의 제지 없는 번식에 대항하지 않는다. 전에는 성적인 재생산이 한 유일 모체의 무한 재생산에 대항하였지만, 오늘날은 거꾸로 동일성의 생식 모체를 마침내 분리할 수 있게 되어 개인들의 우연적인 매력을 만들어주었던 차별적인 모든 우연적인 사건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각주:4]


그렇지만 가장 인간적인 생산 방식이다. 우리는 유전자의 결합, 혹은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우연으로 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결함이 있는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항상 같은 존재로 남아있지는 않는다. 원형과 복제의 탄생, 재생산, 발전은 여기서 차이를 보인다.


 

 탄생

 재생산

 발전

 표현

 원형

 내부에서 발현

 가능성에 기댄 우연

 우연의 극대화

 네오, 인간, 현실

 복제

 외부에서 발현

 위험(우연)을 배제한 복제

 발생하는 위험(우연) 제거

 스미스, 기계, 매트릭스


이와 같은 성질을 통해 우리는 영화 내에 존재하는 원형과 복제(시뮬라크르)를 구분할 수 있다. 이 성질을 인지하고 진행하다 보면 영화 내에서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 네 일부가 내게 덮어씌워졌거나 복사된 건지... 물론, 상관없지. 중요한 건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는 거야.

- 그 이유가 뭘까?

- 넌 분명히 내 손에 죽었다. 그땐 참 만족스러웠지. 그런데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나버렸어. 네가 날 파괴한 거야. 그 후 규정에 따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았지만, 따르지 않았어. 규정을 어겨서라도 여기 남아야만 했거든. 네 덕에 여기 있게 된 거야. 더 이상 요원도 아니지. 연결도 끊고 일종의 새사람이 된 거야. 너처럼 자유로워졌지.

- 축하해주지.

- 고맙군. 그러나 외형은 속임수고 우리의 존재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실은 자유롭지 못해서야. 이유나 목적은 부정할 수가 없지. 우리는 목적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목적이 우리를 창조했고, 우리를 연결하고, 우리를 끌어주고, 인도하고, 조종한다. 목적이 우리를 정의하고, 결속시킨다. 우린 너 때문에 존재해. 네가 우리에게 뺏으려던 걸 우리가 뺏기 위해![각주:5]



전에 언급했듯 이미지(복제)는 자기 자신의 모델(실재)을 죽이는 살상력을 가진다. 사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놓여진 사과는 그림이 완성되면 사라지게 된다. 들뢰즈는 시뮬라크르가 복제이면서 실재인 모델을 뛰어넘어, 역동성과 자기정체성을 지닌다고 했다. 스미스가 딱 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전편부터 스미스는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다른 요원들과 달리 임무와는 상관 없는,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자기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자기정체성은 위 대화(우리가 여기 있는 건, 실은 자유롭지 못해서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 새로운 목적, 욕구, 자기정체성이 정립되는데, 바로 네오의 죽음이다. 


네오의 죽음은 단순히 생명의 끝이 아니라, 스미스 스스로가 원형이 되고자 하는 시뮬라크르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스미스는 네오를 죽이는데(복제하는데) 실패한다. 원형을 죽이는 살상력이 부족한 복제는 어떻게 할까?



더 많은 복제를 한다.



계속되는 복제를 통해서 스미스는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는 뒷문까지 들어오게 된다. 이는 뒷문을 사용하는 존재를 덮어썼기(복제) 때문에 얻은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스미스는 복제를 통해 스스로를 재생산하면서 네오를 죽일 살상력을 키워나간다. 


이 과정을 우리는 시뮬라시옹으로 볼 수 있다.




  1. 네이버 두산백과 참조 [본문으로]
  2. 영화 『매트릭스 2』 中 [본문으로]
  3. 위와 같음 [본문으로]
  4. 『시뮬라시옹』, 장 보드리야르, 민음사, P. 174, 175 [본문으로]
  5. 영화 『매트릭스 2』 中 [본문으로]

화폐에 대한 진실,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언제부터인가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쉬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최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인가 몰랐는데,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친 듯한 가격 폭등으로 1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금도 상승세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코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양하게 늘어선 코인들 중에 어떤 것에 투자를 해야 할 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대체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비트코인이라고 하는 게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왔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아직 비트코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책을 통해 내가 알아낸 사실을 추려보면 이렇다.


1. 비트코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전자화폐다.

2. 전자화폐는 해킹과 복제에 취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3.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 Block Chain' 기술이 등장한다.

4. 블록체인은 '분산 장부 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다.

5. 장부의 내용, 내역을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일괄적으로 기록한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특정 장부를 해킹했다 가정해도, 다른 장부의 내용과 불일치하기 때문에 사용을 불가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연결된 모든 장부를 해킹해야 하는데, 그런 연산을 불가능하다.

6. 5와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은 전자화폐이면서도 안전을 보증한다.

7. 5와 같은 이유로 비트코인을 '암호화폐 Cryptocurrency'라 부른다.

8. 비트코인은 은행 같은 중간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지극히 적다.

9. 아프리카와 같이 은행이 많이 설립되지 않은 국가에서 특히 장점이 두드러진다.

10. 미국, 영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시중에서 이미 비트코인을 사용 중이다.

11. 스위스에는 비트코인을 현금화 시켜주는 ATM도 존재한다.


책은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화폐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화폐란 특정 집단, 국가, 정부에 의해서 조작될 수 있는 불안정한 가치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리지 않다. 화폐란 인간들이 사회를 구축하고 서로 약속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미처 알지 못했던 화폐의 허상을 낯낯이 파헤친다. 이를 비트코인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의 월등함을 말하고 있다.


거의 찬양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저자의 생각에는 일부 동의한다.


암호화폐는 전망이 좋고, 앞으로 꾸준히 개발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용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에 대해 너무 긍정적인 내용만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책에서 비트코인을 금화, 금과 비교한다. 금은 제한되어 있는 재화이기 때문에 정부나 국가가 멋대로 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때문에 금은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비트코인도 금과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40년까지 2,100만의 수량만 채굴된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대체 '어디서부터 비트코인이 등장했느냐'였다.


2008년 10월 31일 저녁 '비트코인 :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이 암호화 기술 커뮤니티 메인(Gmane)에 등재됐다. 그리고 2009년 1월 3일. 논문으로만 존재하던 비트코인이 구현되었다. 비트코인은 채굴 시간이 기록되는 기술, 타임 스탬프가 있다. 제 1호 비트코인에는 2009년 1월 3일 오후 6시 15분 5초라는 시간이 찍혀있다. 이 사람이 바로 비트코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다.


그러나 아무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비트코인의 기술을 유지, 보수하던 개발자들과의 접촉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2011년에 잠적해버린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의 정체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즉,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잠적은 어디에도 통제 받지 않는 화폐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석하지만, 미심쩍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래서야 2,100만의 수량이 진짜인지, 과연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안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개발자가 나타나 전부 백지화시켜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기술적으로 접근했을 때, 블록체인은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우에는 말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에서 지갑을 만들기만 하면 누구나 접할 수 있다. 남녀노소. 헌데 그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돈이 된다는 말에 혹해서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해야 한다며 떠들고 있다. 그 실체도 파악하지 못한 채 말이다. 불나방이 따로 없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과 같은 폭등 현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불안정한 시기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하다. 누군가는 크게 벌었지만, 누군가는 크게 잃었다. High Risk High Return. 이 사실을 알고도 뛰어든다면 상관이 없다.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불에 몸을 태우는 일이 없기를.


투자 / 제태크 분야에서 이 책을 찾을 수 있지만, 실상 비트코인 투자법에 대한 설명은 없다. 화폐의 실상과,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암호화폐가 훌륭한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치를 쫓는 게 아니다. 발상을 전환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허황된 미래보다 새로운 미래를 바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영화 『매트릭스』분석 : 들어가며



1999년에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준 영화가 한 편 등장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사실은 기계에 의해 조작된 '가상의 세계'라고 말한다. 영화관을 나오는 사람들 모두 그럴 듯한 이야기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의심을 하게 된다. 단지, 눈만 즐거운 SF액션 영화였다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을 거다. 화려한 액션 뒤에는 훌륭한 연출이 있으며, 그 안에는 '진짜'와 '가짜', 원형(原形)과 모방(模倣)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고를 품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명작으로 남아있다. 


이 영화가 바로 『매트릭스』 시리즈다.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분석의 주제와 방향을 확실하게 정하고자 한다.


분석은 개인의 견해에 불과하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수학 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분석문을 읽을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바로 내용이 얼만큼 논리적인가, 비논리적인가를 따지는 일이다. 내용이 논리적이었다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분석을 했고, 이 말은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필자가 보려는 시선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이전에 『시뮬라시옹』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분석을 진행할 수 없다. '시뮬라시옹'이란 '시뮬라크르 하기' 혹은 '시뮬라크르 하다'라는 동사적 의미로 쓰인다. '시뮬라크르'란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복제'를 의미한다. 『매트릭스』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를 빼놓고는 영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감독을 맡은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남매)는 주연 배우들 모두에게 『시뮬라시옹』 책을 나눠주었고, 그들 모두가 책을 읽고 내용을 숙지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니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시뮬라시옹』을 함께 펼쳐봐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이전에 리뷰를 한 적이 있다. 궁금하다면 여기를 참고하길 바란다.


시뮬라시옹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원형'과 '복제'에 대해 구분을 짓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이 영화에서 '원형'과 '복제'를 상징하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분석을 하도록 하겠다.




'원형'을 나타내는 인물은 주인공 '네오 NEO'다.


이름에서부터 자신이 원형이라는 걸 알리고 있는데, 영어 슬펠링 NEO를 거꾸로 쓰면 OEN이 된다. 하나. 수많은 것들 중 오직 하나로 존재하는 것. 원형. 이름 뿐만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여럿 있다. 이는 본문에서 하나 씩 살펴보도록 하자.




'복제'를 나타내는 인물 전직 요원 '스미스'다.


스미스는 두 번째 시리즈인 『매트릭스 2 : 리로리드』에서부터 다른 프로그램이나 인격체를 자신의 모습으로 강제 복제 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 행동만 봐도 그가 '복제'의 대표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될 본문에서는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에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오리지널, 그리고 복제에 대해 『시뮬라시옹』



이론서나 철학서는 언제나 긴장한 상태로 읽게 된다. 어느 한 순간 내용에 심취하여, 마치 책의 내용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맹목적이고 광적인 믿음은 언제나 위험하다. 이성은 항상 의심하라 말한다. 때문에 이런 책을 접할 때는 이성을 칼 같이 갈아두고 읽어야 한다. 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내 세계를 보다 강하고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 말이다.


책 제목인 '시뮬라시옹'은 Simulation 시뮬레이션의 불어 발음이다. 시뮬레이션으로 표기되지만, 갖고 있는 의미가 다르다. 사전을 찾아도 '시뮬라시옹 이론'이 따로 나와 있다. 이 책은 시뮬라시옹 이론을 담고 있는 이론서다. 원제는 『Simulacres & Simulation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이다. 


'시뮬라시옹'이란 '시뮬라크르'의 동사형, 즉 '시뮬라크르 하기'이다. 그렇다면 우선 시뮬라크르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의미가 복제나 위조, 모방과 겹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 원본 이미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시뮬라크르의 이미지에 지배 당하게 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인공물. 그게 시뮬라크르다. 책에서는 이 내용을 설명하면서 현대 전쟁을 예로 든다. 


미사일 발사는 화면이라는 컴퓨터로 보면서 하지 실제 미사일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보면서 하지 않는다. 이때 시뮬라크르인 화면상의 미사일 궤도는 실제 탄의 궤도일 것이며, 더 나아가 실제 탄이 목표에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는 이제는 중요치도 않게 되어버렸다. 결국 시뮬라크르는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것이다.

- 『시뮬라시옹』 中


 





무슨 말인지 난해할 뿐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고, 읽고, 읽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형광펜을 꺼내들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다. 여전히 내게는 난해한 이론이지만, 어렴풋이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책에 있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건 욕심이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사용하는 방법에서 이야기했듯, 책 본연의 목적은 '사고를 하게 하는 것'이지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 책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된 독서를 한 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독서가 당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면, 충분히 훌륭한 독서를 한 거다.





본문보다 각주 내용이 더 길다.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순간 지나가면 본문을 읽는 건지, 각주를 읽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사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영화에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 대해 분석문을 쓰기 위해서 처음 이 이론을 접했다. 『매트릭스』의 제작자 워쇼스키 형제(남매)는 『시뮬라시옹』을 모티프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주연 배우들에게는 직접 이 책을 건네주고 읽도록 했다. 영화에서는 '매트릭스'라는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가상 세계. 시뮬라크르. 해서 이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뮬라시옹』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영화 초반, 해커로 활동하며 복제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이다.

판매하는 복제 프로그램을 보관해둔 저 책의 제목이 보이는가? 바로 이 『시뮬라시옹』이다. 이 영화는 시뮬라시옹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분석하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매트릭스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분석을 했다. 단순히 영화적인 관점부터 시작해서 종교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이도 있다. 충분히 근거가 있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분석들이 많지만, 그래도 나는 시뮬라시옹을 빼놓고 이 영화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시뮬라시옹』의 저자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이론은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적으로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느낄 때 『매트릭스』는 그의 이론에 충실한 면이 많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리뷰를 쓸 예정이다. (그렇지만 분석문을 쓰는 일은 언제나 피곤한 작업이기 때문에......)





가상세계와 현실. 실제와 부제. 오리지널과 복제. 이에 대해 심오한 생각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나처럼 영화 『매트릭스』의 분석문, 논문을 써야 할 학도들에게도.


맛있는 훗카이도 여행을 그리며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미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에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뿐, 이라는 말에 담긴 뜻은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은 모두 소화가 되지만, 사진은 남는다'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면 항상 현지 음식을 먹는 편이다. 라면을 싸 가거나 고추장을 챙겨가는 건 가방에 자리만 차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은 먹는 것이다. 음식의 재료나 간, 형태 같은 것만 봐도 지방의 특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거나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음식을 먹으면 그 문화를 몸 속 깊이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역사나 언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난다. 그러니 음식이라도 먹어야 한다. 진정한 여행은 현지의 음식을 먹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올해 2월에 삿포로를 다녀왔다. 도쿄나 오사카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삿포로는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해서 이번 달(12월)에 다시 한 번 훗카이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오예!


삿포로에서 먹은 것들은 하나 같이 다 맛있었다. 사전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않은 식사가 없었다. 특히 해산물 요리는 일품이다. 포장해서 판매하는 초밥이, 우리나라 어지간한 초밥집 보다 맛있다. 방문했던 온천에 유명한 인도 커리 식당이 있었다. 난 아직도 그 커리 맛을 잊지 못한다.


워낙 먹거리가 많다보니 이번에는 조금 알아보고 가기로 했다. 이왕 먹을 거 제대로 먹으면 좋지 않은가. 해서 이 책을 샀다.





지은이 김윤지(지니어스 덕)는 일본 유학 시절에 자신이 먹었던 음식들을 하나 씩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현지에서 생활했던 사람의 개인적인 감상이 소소하게 적혀있다. 광고 블로그에서 무조건 추천하는 그런 글이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평을 써내려간다. 읽고 있으면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는 글이다.





작가가 그린 음식 일러스트가 중간 중간 등장한다. 보고 있노라면 당장 저 가게로 쳐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배가 고파지는 책이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삿포로는 매년 디저트 대회가 열릴 정도로 디저트 음식이 발달된 곳이라고 한다. 미처 몰랐던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훗카이도는 일 년 중 6개월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 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분, 당분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이런 디저트 음식이 발달하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겨울에 나오는 간식들, 예를 들면 붕어빵 같은 것만 생각해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고 당분의 고 칼로리.


이것 보시라. 음식만 알아보는 것으로도 지역의 특색을 알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먹어야 한다!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다!





훗카이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맛있는 여행을 그려보시길♡



(Ps. 살이 찌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즐기세요.)


가치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지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014년에 출시된 이 인문학 도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인문학 코너 베스트에 꽂혀있다.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몇 페이지 훑어보고 바로 업어온 책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전부 읽지 못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 읽었는지 어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왜인지 이런 책은 조금씩 조금씩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잡고 펼치는 부분부터 읽어서 그런 것 같다. 나만 그런가?


쉽게 들고, 쉽게 펼치고, 쉽게 덮는 게 가능한 책이다.


담고 있는 내용을 감안하면 쉽게 들리지도, 펼쳐지지도 않을 것 같지만 굉장히 가벼운 책이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가 가능하다. 안에 담긴 내용은 훌륭하다.





총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는 현실에 맞닿아 있는 주제고,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는 현실 너머의 문제를 다루는 주제다. 여기에 있는 주제를 전부 섭렵하고 관심 갖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나 같은 경우는 현실 너머의 문제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에 맞닿아 있는 주제는 별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나 같이 눈을 돌린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내용을 풀어두었다.


순서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중요한 뼈대를 순차적으로 배치해두었다. 처음 읽을 때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를 권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내용이 끝날 때면 최종 정리를 통해서 이해를 도와준다. 역으로 최종 정리를 먼저 읽은 후에 앞에 내용을 더듬어가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종 정리를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책을 다시 읽으면 된다.





이 책이 당신이 살아갈 인생의 편리한 지도가 되길 바란다.

이 지도를 들고서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대화하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의 의미와 깊이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빛을 낸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中



우리는 책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우지만 그것만으로 가치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가치는 언제나 책 밖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당신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도록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지도가 될 수 있다.

당장 이 지도를 얻으러 가시라.


논술 학원 선생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Q&A




단기간이지만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번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Q :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A : 책을 친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집어던지든, 낙서를 하든, 씹어 먹든. 일단 책을 낯설어하면 펼쳐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을 친근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이면 백, 독서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두게 된다. 이건 경험이기도 하다. 팁을 하나 제안하자면,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마라. 대신 책을 가까이두고 심심하게 만들어라.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책을 집게 될 것이다.



Q : 폰을 사줬더니, 손에서 폰을 놓질 않아요.


A : 당연한 일이다. 폰이 제공하는 미디어, 게임 등은 쉬운 자극제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화면에서 뿅뿅 하며 화려한 이펙트가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책은 느린 자극제다. 천천히 읽고, 읽어서 끝을 봐야 비로소 자극이 서서히 올라온다.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다. 독서의 즐거움은 굉장하지만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극히 소소한 즐거움이다. 게임은 금방 빠지지만, 독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인내해야 한다.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책을 읽게끔 해도, 효과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거다. 나쁜 건 바로 보이고, 좋은 건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인내해야 한다.



Q : 만화책만 읽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A : 독서라는 행위를 하는 것에 감사하자. 대개 학부모가 말하는 만화책이란, 교육용으로 제작된 Why 시리즈, 마법 천자문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책들은 만화책 수준에 끼지도 못한다. 아이가 만화책방에서나 볼 수 있을 일본 만화를 보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일본 만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 시리즈를 다 읽었으면 다른 장르의 교육 만화책을 사주면 된다. 필자는 삼국지, 초한지 같은 중국 역사를 만화로 읽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말싸움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80여권이 넘는 책을 여덟 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토론 수업 때, 논파(論破)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화책도 만화책 나름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르의 교육 만화를 찾으면 된다. 책을 손에서 놓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Q : 책을 훑어 보는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읽어서 정작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A : 독서는 책을 외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책의 용도가 그런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책 내용 기억을 운운하는 건, 주입식 교육에서 문제를 풀 때나 하는 짓이다. 아이가 책을 읽었다면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묻는 대신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편이 좋다. 아이가 다시금 책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이다. 애초에 읽은 책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만약, 아이가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뇌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게 틀림없으니, 반드시 검사를 받아라.



Q : 애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 애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해라. 서점에 가서 애들 책을 고르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라. 애들 눈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애들이 안다. 부디 아는 척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라.



외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만 적었다.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기면, 아는 만큼 성심성의껏 답하도록 하겠다.


초등학생 추천 도서 『잔소리 없는 날』



보통 아이들이 읽을 책을 집는 일이 없는데, 올해 잠시 논술 학원 선생을 하면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들, 좋을 책들을 많이 보게 됐다. 아이들이 읽는 유아용 도서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좋다. 그렇다고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면서 무시하면 곤란하다.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성인 도서와 다르지 않으니까.


학원에서 책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작품이 바로 이 『잔소리 없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잔소리를 듣는다. 나에게 약이 되는 소리라지만,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목만 봐도 '잔소리가 없는 날은 어떤 날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게 흥미가 되고, 호기심이 되어 책을 펼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주인공 '푸셀'은 잔소리 듣기 싫어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평범하다기 보다 조금 말썽꾸러기인 편이다. 삽화를 보면 빨간 곱슬 머리로 묘사되어 있다. 서구권에서 빨간 머리가 말썽을 일으키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해리포터의 론 위즐리나 유명한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그런 DNA를 타고난 말썽꾸러기 빨강머리 푸셀은 부모님과 '잔소리 없는 날'을 정하기로 약속한다.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푸셀,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니?"

엄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보통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잖아요."

푸셀은 꿈꾸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나이에는 부모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지."

아빠의 말에 푸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엄마 아빠가 허락해 주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엄마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작품 안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푸셀의 부모님은 '잔소리 없는 날' 같은 말도 안 되는 아이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항상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어른이 등장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어린 왕자』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법이 나와 있는 책이다. 보다 좋은 부모가, 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잔소리 없는 날』을 읽어 보시라.

죽어도 죽을 수 없는 남자 『울버린 : 올드맨 로건』



마블의 스튜디오의 영화가 연달아 흥행을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코믹스 히어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올랐다.

마블은 본래 코믹스, 만화라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 만화와는 많이 다른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만화를 제작하는 회사다. DC와 더불어 코믹스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DC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코믹스의 역사는 DC가 조금 더 긴 편이다. 어찌됐든 수많은 서구권에서는 이미 수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코믹스 독자층이 생기기 시작하는 추세인 것 같다. 어찌됐건 서점이나 만화카페에 가면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는 성장했다.


마블은 수많은 히어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엑스맨의 울버린은 초창기에 디자인 된 히어로 중 한 명이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꽤나 인지도가 높은 히어로다.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의 인지도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덕도 있겠다. 현재 엑스맨 시리즈의 판권은 FOX가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블 스튜디오가 아닌 FOX가 독자 제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2017)에 개봉한 울버린 독자 시리즈 『로건』은 '휴 잭맨'의 울버린 연기에 종지부를 찍는 영화였다.

영화 배경에서 초능력자들은 모두 능력을 잃어버리거나 쇠퇴하여 힘이 미미해지거나, 목숨을 잃었다. 울버린의 회복 능력도 많이 약해진 상태. 프로페서X 찰스 자비에 역시 늙고 병들어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 울버린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조용히 인간 '로건'으로서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만, 소녀 '로라'와의 만남으로 다시금 숨겨왔던 발톱을 꺼내게 된다.


울버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에 영향을 준 코믹스 작품을 구매했다. 

그게 바로 이 포스팅에서 이야기 할 『울버린 : 올드맨 로건』이다.





코믹스 특유의 무거운 화풍이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은 영화보다 더 어두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저 초능력자들의 힘을 잃은 것으로 그치지만, 코믹스에서는 빌런(악당)들이 모두 힘을 모아 히어로들을 공격해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대통령이 무려 '레드 스컬'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에 등장했던 시뻘건 해골 바가지를 기억하시나? 바로 그 놈이 빌런들을 통솔하고, 자신의 수하인 하이드라를 동원해 지배하는 세상이 배경이다.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세력을 규합하기만 하면 네놈들에겐 승산이 없었는데.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상상이 가나?

우린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이 나라를 조각조각 찢어 나눠 가질 것이다.

어보미네이션은 캘리포니아를, 둠은 중서부 라인을, 매그니토는 뭣 때문인지 라스베이거스를 원하더군.


백악관에는 누가 앉을지 짐작이 가나?


위 대사는 전쟁에서 패배해 쓰러져있는 캡틴에게 레드 스컬이 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히어로는 남지 않고, 모두 빌런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빌런과의 전쟁에서 울버린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울버린이 아닌 인간 로건으로 살면서 마음의 안식을 찾으려 한다.

가정도 이루고 사는 그에게는 크나큰 시련이 있는데, 돈이 없다.


얼마나 현실적인 문제인가.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오래된 친구(선글라스 쓴 저 할아버지의 정체를 알면 기겁할 거다)의 꾐에 넘어가 함께 물건을 배달하기로 한다. 





배달하는 길이 우리나라 짜장면 배달하는 것처럼 쉬우면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았을 거다.

당연히 위험이 따르는데, 총을 맞는 건 기본이고, 티라노사우르스에 기생하고 있는 베놈(스파이더맨에 기생했던 외계 생물, 본래 이름은 심비오트)에게 쫓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로건은 발톱을 뽑지 않는다.

그러자 오래된 친구가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놈들이 무슨 짓을 한 거냔 말이야.





울버린이 왜 로건으로 살게 되었는지,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으러 가시라.

영화와는 색다른 로건의 이야기를 알게 될 거고, 전혀 다른 결말을 마주하게 될 거다.


아스텍의 옛날 이야기 『여기 모닥불가에 앉으세요』



헌 책방은 언제나 신비로운 곳이다. 케케묵은 책들이 지나온 시간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 거리는 걸 느낀다. 그러면 한참 동안 책과 책 사이를 누비며 헌 책방에서 새로운 책을 찾는다. 그 시간이 또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다. 그런 시간이, 좋다.


이 책은 헌 책방에서 찾은 새로운 책이다.

아스텍 문명의 계승자가 들려주는 29가지 지혜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으레 옛날 이야기라고 하는 건 교훈이 들어가 있는 법이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후세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봐도 권선징악(勸善懲惡) 같은 뚜렷한 교훈이 있지 않은가. 문화가 다른만큼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단순한 권선징악에서 그치지 않는다.





옛날에 아주 화창한 날 숲 속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불렀고 개구리들은 연못가에서 꽥꽥 울어댔고 귀뚜라미들은 풀숲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었습니다. 방울뱀 한 마리가 숲 속으로 통하는 작은 길을 기어가 햇빛 속에서 몸을 따듯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방울뱀은 몸을 둘둘 말고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주위는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길 가던 한 남자가 잠들어 있는 방울뱀을 보고 곧장 뱀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가 무거운 돌을 하나 집어들고 막 뱀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을 때 뱀이 깨어났습니다. "형제님, 왜 나를 죽이려는 거죠? 난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너는 독이 있으니 죽어야 해!"

남자가 소리 질렀습니다.

"하지만 형제님, 내가 비록 독이 있긴 하지만 당신에게 아무 짓도 안 하는 걸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네가 나를 죽인다고?"

남자가 웃었습니다.

"나는 인간이고 너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세. 그리고 난 이 돌을 갖고 있고 이걸로 널 죽일 거다."

"형제님, 마지막으로 부탁해요."

뱀이 말했습니다.

"나를 해치지 마세요. 그러면 나도 당신을 해치지 않을게요."

"나는 뱀 따위의 형제가 아니야."

그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넌 죽어야 해. 그것도 지금 즉시 말이지!"


그리고 남자는 돌로 뱀을 치려고 팔을 높게 쳐들었습니다. 그 순간 뱀은 재빨리 뛰어올라 순식간에 남자의 목을 물었습니다. 남자는 즉시 바닥에 쓰러졌고 죽어가면서 뱀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제님, 당신이 내 말을 듣고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한테 아무 일도 없었을 거고 당신은 오래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서 방울뱀은 따뜻한 햇살 속에서 다시 몸을 둘둘 말고선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날 숲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는 것과 살게 내버려두는 것」 전문





내용이 재미있지 않나?

잠이 오지 않는 밤, 조용히 펼쳐두고 모닥불 앞에 앉아 이름 모를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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